매일신문

말기암 환자 초상화 그려주는 89세 할머니

말레이시아의 사바주(州)에서 말기암 환자들의 초상화를 무료로 그려주는 89세 할머니의 선행이 화제를 낳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일간 영자지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14일 사바주의 주도 코타 키나발루에 사는 아마추어 화가 티나 리머(89)할머니가 화제의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리머 할머니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1주일에 한번 이상 '말기암 환자 보호협회'(PCA) 운영 시설과 병원을 방문해 암환자들의 초상화를 무료로 그려주고 있다.

그녀가 암환자 1명의 초상화를 완성하는 데는 한 시간 가량 걸리는데 고령인 탓에 한번 방문할 때마다 초상화를 한장밖에 그리지 못한다.

그녀가 암환자들의 초상화를 그려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6년 전 동료 화가의 안내로 코타 키나발루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병원의 암환자들을 문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리머 할머니는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며 암환자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줌으로써 어느정도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들은 그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리머 할머니가 지난 6년간 PCA와 퀸 엘리자베스 병원 말기암 환자 병동을 찾아 그려준 암환자 초상화는 줄잡아 300장이 넘는다.

영국 도버 출신인 리머 할머니는 지난 1949년 영국 정부에 의해 정훈장교로 사바주(당시 노스 보르네오)에 파견됐다가 현지에 그대로 눌러앉았다.

그녀는 1950년대부터 사바주에서 아마추어 화가로 활약하면서 '사바 화랑'에서 열린 20여차례의 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녀는 최근 PCA 주최 자선 디너 콘서트에 자기가 쓰던 파스텔을 경매품으로 기증했는데 이 파스텔은 3천100링깃(1링깃은 300원)에 팔려나갔다.

지금은 말레이시아 시민권자인 리머 할머니가 아직도 여동생과 조카들이 살고 있는 영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47년 전인 1959년이었다.

2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리머 할머니는 "사바는 이제 내 고향"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사회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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