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축제의 계절'이란 별칭이 붙을 만큼 전국 방방곡곡이 축제로 들썩인다. 각 지역자치단체들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벚꽃, 진달래 축제들이 열린다.
김문한 경북도청 관광진흥과 공무원은 "막연히 축제만을 여는 것보다 지역의 특색 있는 자연이나 특산물 등과 연계를 해야 홍보 효과가 크고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주 '한국의 술과 떡잔치'가 벚꽃과 더불어 열리거나 고령 '대가야 축제'가 지역특산품인 딸기와 연계되어 열리는 것을 예로 들었다.
봄 축제는 도심에서도 열린다. 5월 3일부터 5일간 대구 약령시축제를 시작으로 5월 12일부터 3일 동안 동성로축제가 잇따른다.
5월 중순부터는 각 대학교마다 대동제가 연이어 펼쳐진다. 약령시축제에는 족탕체험, 무료 진료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함께 한약재 썰기 대회나 초등학교 농학경연대회 등이 펼쳐진다. 동성로축제에는 패션쇼나 가요제, 맥주 마시기 등 다채로운 40여 가지의 행사가 쏟아진다.
이찬우 동성로상가번영회 사무국장은 "계절적으로 봤을 때 한 해를 시작하는 봄에 행사를 가져 홍보를 크게 해야 상권이 1년 동안 이익을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찬조 약령시보존위원회 과장은 "예전엔 축제를 1년에 두 차례 가졌지만 예산에 무리가 있고 봄에 유독 약초가 많이 피어 봄축제로 고정되었다."라고 말했다.
# 김명욱(45)씨는 요즘 일요일만 되면 괴롭다. 피곤함에 모처럼 쉬고 싶지만 부인이나 자녀들의 등쌀이 무섭다. 2명의 아들이 단잠에 취해 있는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기 일쑤다. 김씨는 "주말마다 부인과 아이들이 갈 곳을 정해놓았다."라고 푸념했다.
지난 주말에는 구례 산수유 축제도 다녀왔다고 했다. 김씨는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주말엔 대형 소매점에 가는 일이 고작이었지만 이제는 날씨가 따뜻해져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라고 했다. 자동차를 몰고 도심 외곽으로 직행해야 가족들의 반응이 좋아진다는 것. 하지만 김씨는 "나들이를 가서 아이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피로도 풀리는 것 같다."라며 위안 삼는다.
임채순(48'여)씨는 요즘 주말마다 나들이가 잦다. 3주 전엔 계모임 회원들 30여 명과 함께 전남 광양 매화축제를 다녀왔고 지난 주에는 초등학교 동창들과 같이 진해 군항제를 구경하고 왔다. 심씨는 "요즘 각종 모임에서 어디 놀러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즐거워했다. 날씨가 좋은데다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봄꽃이 피는 등 볼거리가 많아 모임을 아예 여행으로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씨는 "어딜 가든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라고 평했다.
주말마다 봄나들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전국 각지가 붐빈다. 이승호 대구답사마당 원장은 "꽃 피고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이 바람이 나는 건 당연지사"라고 운을 뗐다. 찾는 여행객들도 겨울 때보다 20% 정도 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원장은 "벚꽃으로 유명한 하동이나 진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말했다. 봄에는 각 지역에서 봄꽃과 함께 축제가 줄을 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이의정 우방여행사 과장은 "겨울에 움츠리던 사람들이 한 해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여행의 충동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제주도 여행은 50% 가량 예약이 늘었고 독도나 울릉도 등 전반적인 국내여행도 부쩍 예약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실버 계층의 신청이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꼭 다른 지역을 가지 않더라도 주말마다 인근 대학교 캠퍼스나 공원, 산 등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로 북적인다. 영남대 캠퍼스를 찾은 이성길(37)씨는 "일요일 오후 어디 멀리 가기가 부담스러워 가까운 캠퍼스를 찾았는데 개나리나 벚꽃 등이 만개해 어느 여행지 못지않게 눈이 즐겁다."라며 웃었다. 김민범(27)씨는 "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팔공산 드라이버를 갔는데 사람들과 자동차들이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라고 전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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