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만판 '옷로비'...영부인 상품권 수뢰 의혹

대만 정가가 지난 99년 한국의 '옷로비 사건'을 연상케 하는 퍼스트 레이디의 백화점 상품권 수뢰 의혹으로 떠들썩하다.

리촨자오(李全敎) 국민당 입법위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 사건은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가 해당 백화점에서 고액의 물품을 샀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의혹은 지난 2002년 타이베이 소고백화점의 경영권 분쟁 당시 수세에 몰려있던 소고백화점 및 태평양건설그룹 전 회장인 장민창(章民强)이 천저난(陳哲男.구속) 전 총통부 부비서장에게 구명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총통부에서 천저난을 만난 장민창은 리헝렁(李恒隆) 사장을 통해 천저난에게 2천만대만달러를 건넸고 이와 함께 880만대만달러 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이 우수전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리 위원의 주장.

리 위원은 "총통 비서실장과 총통 부인까지 각종 부패 사건에 연루돼 있는 총통부는 검은 돈이 몰려드는 '복마전'"이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총통부는 리 위원의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펄펄 뛰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천 총통도 성명을 통해 "만약 총통 일가중 누구라도 상품권 전달자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로부터 상품권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총통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배수진까지 쳤다.

그러나 최근 소고백화점의 한 여직원이, 우 여사가 지난 2003년 상반기에 2차례에 걸쳐 상품권으로 침구류 등 24만대만달러(700만원) 상당을 사용했다고 증언, 우 여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우 여사는 이들 상품권이 자신이 직접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과거에 백화점에서 무엇을 샀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는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하반신 장애인인 우 여사는 대만에서 '민주 영부인'으로 불리며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해왔으나 이번 상품권 로비 의혹으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최근 대만에서 여론조사 결과 52%가 우 여사가 직접 상품권을 구매했다는 말을 믿지 못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지난 99년 고관대작 부인들이 대거 연루됐던 '옷로비 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했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16일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시절의 부패에 이어 대만에 또다시 '검은돈' 정치가 등장하면서 "돈만 있으면 안될 것이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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