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쌀 소비량이 줄고, 오히려 빵과 고기 위주의 식생활 문화인 미국에서는 반대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왜일까?. 또 쌀 수입국인 일본이나 쌀 수출국인 미국이 쌀소비 확대를 위해 애 쓰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들의 쌀 소비확대를 위한 노력을 타산지석으로 살펴본다.
◆쌀을 찾는 미국민
미국 농무부와 미국 쌀협회 및 캘리포니아 쌀협회 관계자들은 미국 쌀소비는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쌀이 주식인 아시아의 쌀 소비감소는 서구화된 식생활 문화로 쌀 대신 다른 곡물과 육류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라 해석했다. 미국 경우 비만 등 성인병으로 쌀소비가 증가 또는 현상유지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쌀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총 쌀소비량은 430만~440만t을 기록했으나 조금씩 늘어나 2000년대 들어서 500만t을 돌파한 뒤 계속 500만t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1천만t 선을 유지하던 총 소비량에서 900만t 수준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일본이나 해마다 400만t 이상을 소비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300만t 권역으로 추락한 한국 사정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쌀소비 증가세와 관련, 미국 쌀산업 관계자들은 ▷미 국민들의 음식문화 변화 ▷비만 등 성인병 확산에 따른 영향 ▷아시아 등 쌀을 주식으로 하는 외국인들의 미국사회 유입 등을 이유로 손꼽았다.
미국 쌀협회는 책자 등을 통해 미국 영양협회(America Dietetic Association)가 '쌀은 건강영양으로 좋은 선택이며, 비만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 사실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할인점 등 유통업체의 식품코너에는 수십종에 이르는 다양한 쌀 관련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US데이비스대학의 유학생 김창모 씨는"쌀관련 상품들이 한국보다 오히려 더 많을 정도로 다양하고 유학생들과 교포들이 많이 애용한다."며 "미국인들도 다양한 쌀요리를 즐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쌀협회와 캘리포니아 쌀협회측은 수년간에 걸쳐 쌀이 몸과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홍보해 소비자들에게 쌀의 인식을 바꾸게 됐으며 소비촉진에도 도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쌀협회 팀 존슨 회장은 그 근거로 쌀이 정부의 음식지침 피라밋에 처음 지난 해 부터 포함됐다는 점을 들었다. 영양 피라밋이란 정부가 미국민들이 섭취하는 다양한 음식요소를 예시하면서 쌀을 빵과 시리얼 및 파스타 그룹과 같은 수준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팀 존슨 회장은 "미국 쌀협회 차원에서 영양사들과 과학자들에게 의뢰해 쌀이 좋다는 사실을 검증해 정부에 2~3년 동안 음식피라밋에 쌀도 포함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해 지난 1월 받아들여지게 됐다."고 사연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많은 국민들이 비만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쌀은 국민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며 미국 쌀산업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미국 의회 역시 최근 심각한 학생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에서 소위'정크푸드'(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식품을 총칭)로 불리는 청량음료·도넛·햄버거 등의 추방에 나서 쌀 소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심공략에 나선 일본쌀
"쌀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도시 소비자들을 찾아나서는 것이 일본입니다. 도쿄 중심가에 '쌀 갤러리'를 마련한 것도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경북도청의 일본 도쿄사무소 이상기 소장은 일본 도쿄의 중심인 긴좌거리에 마련된 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JA全中)에서 운영하는 2층규모의'쌀갤러리'를 볼 때 마다 부럽다. 도심 한복판의 건물에 쌀에 관한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고 홍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 늘 도시 소비자들에게 일본쌀을 알리기 때문. 오다가다 누구나 쉽게 들러 일본쌀을 접하고 식사 시간이면 일본쌀로 만든 각종 요리도 맛 볼수 있기에 쉼터이자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JA全中은 도쿄 긴좌거리와 도쿄역 외에도 오사카와 후쿠오카시 등 4곳에 '쌀갤러리'를 마련, 운영중이다. 도쿄의 쌀 갤러리에는 특히 식사시간이나 주말이면 더 혼잡하다.
긴좌거리의 갤러리에는 하루 1천여 명이 찾고 주말이면 배 이상 사람들이 밀려들 정도로 명소가 되고 있다. 쌀에 관한한 각종 자료들과 정보들이 갖춰져 있고 다양한 체험이나 학습자료 찾기에다 일본쌀로 만들어진 요리까지 한 자리에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 2층 식당에는 식사시간이면 인근 사무실과 빌딩에서 쏟아진 손님들로 길게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된다.
1층에는 컴퓨터로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로 선택해 사이버 요리를 할 수도 있고 여기에 대한 평가도 받고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자신의 건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알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해 볼수 있다. 그래서 즉석에서 사이버 요리경연도 벌일 수 있다. 자신의 현재 건강상태도 체크,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나 주부들이 즐겨 찾아 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와 함께 쌀로 이뤄진 각종 요리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쉽게 구해 생활속에서 활용할 수 있다. 매일 매일 쌀로 만든 요리로 한달 간 메뉴를 바꿀 수 있는 안내 책자도 비치, 누구나 자유롭게 갖고 가서 활용토록 하는 등 그야말로 도심 속 '쌀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긴좌 쌀 갤러리에서 컴퓨터 사용방법을 안내해 준 한 여직원은 "매일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여기에서 쌀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접한다."면서"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주부들도 있고 학생들끼리 와서 컴퓨터로 된 여러 쌀관련 게임이나 프로그램을 즐기기도 한다."고 했다.
긴좌의 쌀 갤러리는 쌀소비를 늘리고 보다 도시민들 가까이 다가서려는 일본 농심을 느끼게 하는,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인열기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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