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선거 '저질 폭로전'으로 모는 여당

열린우리당의 폭로전이 가관이다. 어제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의 의혹이라며 '폭로'한 내용은 김한길 원내대표가 예고한 '국민이 경악할 사안'도 아니고, 또 사실에 가깝지도 않은 '아니면 말고' 수준이다. 이 시장에게는 테니스 동호인 회식 모임을 '별장-여성-파티' 따위의 선정적 단어로 뒤집어씌웠다. 일시'장소'참석자 또한 모두 엉터리로 드러났다. 박 시장에게는 이미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새로운 사실인 양 엮으려 했다. 터뜨려 놓은 여당 스스로 낯부끄러워할 정도다.

도대체 집권 여당이 저질 폭로전을 들고 나오는 이유가 뭔가. 한나라당 공천 비리가 터져 나온 김에 계속 기름을 부어 재미를 보겠다는 발상인 것 같지만, 이런 식의 폭로전은 제 발등 찍기일 뿐이다. 어제 폭로가 사실 관계조차 확인 않아 코웃음을 산 마당에 앞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주장이 쉽게 신뢰를 얻겠는가.

아무리 선거판이 급하다 해도 폭로전으로 표를 얻겠다는 발상은 '김대업 식' 정치의 답습이다. 2002년 대선을 시궁창으로 몰아간 김대업이 나중에 무고죄로 처벌이야 받았지만, 이미 선거는 끝난 뒤였다. 그 재미를 못 잊어 하는 열린우리당이 또 다시 '폭로의 유혹'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지금 여당이 뭔가 초조한 것 같고, 선거가 다가오면 또 어떤 폭로거리를 들고나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번 소동을 보면 여당이 입으로는 정책 대결을 다짐하면서 뒷전으로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같은 인상이다. 지난달 야당 대표와 함께 국민 앞에 약속한 매니페스토 캠페인은 찾기 어렵다. 여당이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몰두하면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따라서 흑색선전으로 표를 모을 궁리에 빠져들지 않겠는가. 여당은 공명하고 깨끗한 지방선거를 주도할 막중한 책임을 팽개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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