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소매물도 등대섬

한국에 온 지 2년6개월. 이때까지 경주와 제주도 등 모든 외국인들이 한번씩은 가보는 곳만 둘러봤다. 그러다 눈이 번쩍 뜨였다. 대구여행자클럽(www.tour1144.com) 일행과 함께 떠나는 경남 거제도 소매물도 및 등대섬 테마관광. 전날부터 마음이 설렜다. 한국을 속속들이 알고 싶었기 때문에 떠난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 고향인 미국 피츠버그에는 바다와 강이 없어 섬구경할 기회가 없었기에 기쁨은 더 컸다.

16일 오전 6시10분 대구 도심 반월당에서 출발해 9시30분쯤 거제도 망릉잔디공원(바람의 언덕)에 도착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다소 추웠지만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찍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저구항에서 소매물도로 가는 배시간은 아직 1시간이 남았다.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감상하다보니 아버지 생각이 간절하다. 자원입대한 아버지는 1954년 차수리공으로 한국에 와 1년6개월동안 인천에서 복무했다. 아버지의 큰 형 역시 춘천에서 근무해 한국과는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50년 전 한국의 산과 강, 바다 등 자연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때 이후 머릿속에는 늘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때문에 이곳 아름다운 섬에서의 감회는 더욱 새롭고 뜻 깊다. 특히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경제는 우리 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했다.

4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소매물도로 가는 길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놀이기구를 타 듯 배가 요동을 쳤다. 그래도 견딜 만 했다.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에 비하면 파도가 약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소매물도 입구에 도착한 건 오후 1시쯤. 30분 가량 걸어서 섬 정상부를 넘어서자 소매물도 동쪽 및 등대섬의 아름다운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목장길을 연상시키듯 유연한 곡선 산책로를 따라 흰 등대가 우뚝 솟아있다. 섬 주변은 크고 작은 바위섬들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가는 길은 홍해가 갈라지듯 바닷물이 빠져나가야 걸어갈 수 있다. 다행히 오후 2시쯤이 간조때라 물이 빠졌고 함께 갔던 일행들과 함께 등대섬 곳곳을 산책하고 구경했다.

등대에 올라 잠시 숨을 돌리며 한국의 자연에 다시 한번 빠져들었다. 시장한 터에 점심은 미리 싸온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김치, 마늘쫑, 생고추 등 갖가지 반찬으로 잘 포장된 도시락이 입맛을 당긴다. 이젠 제법 한국음식에 적응이 된 모양이다. 순식간에 도시락을 비웠다.

여러모도 생각해봐도 내겐 행운이 따른다. 아버지와 인연이 있던 한국에 다시 와 일하고 있으며 게다가 이토록 아름다운 한국의 자연을 구경할 수 있으니 더 그렇다. 황우석 박사와 피츠버그대 새튼 교수와의 논문 조작 파문은 유감이지만 고향인 피츠버그와 한국의 인연이 계속됐으면 하고 바란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하인즈 워드 역시 피츠버그 풋볼팀 소속 슈퍼볼 영웅이다. 피츠버그 의대, 공대, 연구소 등지로 떠나는 한국유학생들도 급증했다.

"앞으로 한국과의 인연이 어떻게 펼쳐질 지 모르지만 대구에서 일하는 동안 좋은 기억만 간직하겠습니다."

윌리엄 콘드론(34.대구국제이해교육센터 영어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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