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고교 평준화' 시민 반응 엇갈려

한국교육개발원의 용역결과에 따라 2008년부터 포항에서도 고교 평준화 실시될 것이라는 보도(본지 18일자 5면)에 따라 포항시민들의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초교때부터 입시지옥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하향 평준화로 대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그것이다.

◆당연한 결정=평준화 도입을 원했던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당연하다."며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현자 참교육학부모회 전 포항지회장은 "이제 포항에서도 중학교 공교육이 정상화 될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지역명문인 포항고나 포항여고를 못갔다는 이유만으로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이 도태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며 "평준화가 되면 이러한 문제가 없어 질 것"이라며 전인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평준화는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학부모 박모(45·포항 용흥동) 씨도 "명문고라는 1, 2개 학교의 그늘에 가려 있는 다수 학교들이 평준화를 계기로 신흥 명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교사에게도 자극과 분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졸속시행은 안된다=평준화 반대를 주장해온 학부모나 단체 관계자들은 "합의해 용역결과를 수용키로 한 만큼 무리한 반대론은 펴지 않겠다."면서도 2008년 시행은 졸속이 될 우려가 높다는 입장이다.

안동기 포항시 고교평준화대책위원은 "지역 고교간 교원과 학생, 시설과 재정 등 각종 교육여건의 평준화가 전제조건인데도 이들 문제 해결 방안없이 시행시기를 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안씨는 "조기시행 고집으로 자칫 학력과 시설의 하향평준화로 추락할 수도 있다."며 "2008년 시행을 위해서는 경북도 교육청이 시설개설 등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확보 및 집행계획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조기도입을 반대하는 학부모들 대부분도 "찬성론자와 도 교육청이 입학 평준화에만 매달려 시설과 교원의 차등문제는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고민하는 선생님들=한 교사는 2008년 고교 평준화 시행이 유력하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평준화 첫 적용대상인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첫 반응이 "이제 공부 좀 덜해도 되지요?"라는 질문이었다고 전했다. 포항교육청 관계자 역시 "공부를 좀 덜해도 모두 포항고나 포항여고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학생들의 기대를 어떻게 바로 잡아야할 지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했다. 이는 평준화 반대측이 주장하는 학력의 하향 평준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모 고교 교사는 "평준화가 되면 사교육비가 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1, 2개 명문고 진학자를 제외한 기존의 중하위권 학교로 배정받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선 교사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며 "다만 이런 생각이 자칫 평준화 반대론으로 비칠까봐 말을 아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걱정되는 문제들=고교 평준화 시행을 앞두고 우려되는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근거리 배정 원칙을 노린 속칭 명문고 근처로의 이사 및 위장전입 ▷중하위권 학교배정에 반발한 집단 전학사태 ▷일부 사립학교 등의 시설 낙후 ▷이미 나타나고 있는 중학생 외지(대구, 경주 등) 유학의 심화 ▷지역 명문고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의 상실감 심화 등 많은 후유증과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과 포항교육청 및 사립학교 재단 등 관계기관들이 평준화 시행 이전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보완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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