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로 표류하는 중장기 세제 개혁

중장기 조세 개혁 방안이 '예상대로'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중장기 조세 개혁 방안의 발표 시기를 9월 정기국회로 늦춘 데 이어 올해 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줄줄이 연장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폐지해야 할 제도를 오히려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연말로 일몰이 다가오는 택시회사의 부가가치세 감면 제도를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농어가 목돈 마련 저축 등 이자소득 비과세 상품의 비과세 혜택 추가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려고 했으나 농어민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운 정치권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중소기업특별세액 공제를 폐지하려다가 수도권 중소기업 등 이해집단의 반발로 철회했다.

중장기 조세 개혁 방안의 하나로 추진했던 55개 비과세'감면 폐지 방안이 잇따라 좌초하면 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은 물 건너가게 된다. 따라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수술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지나치게 순박했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애초부터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할 배짱도 의지도 없이 추진했다는 말이다.

소득세가 소득 재분배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 어려운 것도 간이과세자가 전체 자영업자의 42%에 이르는 등 비과세 감면대상자가 너무 많은 탓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우리 세제의 문제점으로 과도한 비과세 감면과 복잡한 세법 체계 등을 꼽는다. 그렇다면 비과세 감면 대상을 줄여 과감히 세원을 드러내는 것이 조세 개혁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선거바람에 밀려 조세 개혁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정치권의 각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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