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에도 황사가 덮칠 것이라고 예보되더니, 멀쩡하던 대구 하늘에서 아침나절 천둥 번개까지 동반한 소낙비가 쏟아졌다. 오염물질 가득한 '흙비'일 터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에서 불어오는 것은 그 황사뿐만도 아니다.
○…황사 못잖게 부담스런 것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아드는 그 나라의 뉴스이다. 어느 독재자의 '땡전 뉴스'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빈도가 잦은 이 현상은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쪽 분위기에 젖어 살게 됐다. 지난 1월엔 30주기를 맞았다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 이야기가 여러 신문을 장식하더니,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이야기가 그 자리를 교대했다. 그 못잖게 들을 만하다는 어느 공산당 원로 이야기가 이어졌으며, 4월엔 드디어 원자바오(溫家寶) 현 총리 뉴스로 옮겨갔다. 일주기를 맞았다는 어느 판사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지린성(吉林省) 발 감동적인 뉴스가 심금을 울렸다.
○…이런 이야기들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늘 훌륭하고 민중들은 따뜻한 사람으로 나타난다. 저우언라이는 고장 난 군용기에서 자신의 낙하산을 열한 살 난 어린 소녀에게 벗어 준 인물이며, 장쩌민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감정을 억누른 대인(大人)으로 회억됐다. 한 공산당 원로는 자식에게 아무 유산도 물려주지 말라고 유언함으로써 장쩌민의 아들이 출세 지향적인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원자바오 총리의 겸손과 '평민 총리' 이미지는 앞으로도 여러 번 리바이벌될 소재일 터.
○…37세로 숨졌다는 어느 시골 판사의 놀라운 청렴성과 헌신성은 우리에게도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여덟 살 난 한 골수암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무려 2천여 명이 동참해 가짜 천안문 광장 국기 게양식을 연출했다는 지린성 소식은 마음 여린 이로 하여금 눈물까지 흘리게 했다. 중국은 큰 나라이니 훌륭한 인물과 감동적인 스토리가 많을 소지도 그만큼 클 터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미지가 좋은 쪽으로만 굳어질까 불안하다. 고립된 북한이 점차 중국의 한 성으로 편입돼 가고 있다는데, 우리마저 '심정적 동북 공정'에 휘말려서는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까지 도발에 동참하는, 최근 10여 년 사이 갈수록 위태로워지는 듯한 우리 입지가 황사보다 더 가슴 답답하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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