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탐사를 강행하기 위해 자국의 측량선 두 척을 독도와 가까운 돗토리(鳥取)현 사카이(境)항에 입항시킴에 따라 동해상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 측은 독도 해역에 경비정 18척을 집중 배치하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해 일본 측이 측량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측량 강행으로 초래되는 충돌에 대한 책임은 사태를 유발한 일본측이 져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일본의 독도 주변 측량 계획은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 기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영토 주권을 훼손하는 도발이라고 규정, 일회성이 아닌 포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모든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 日 '도발 준비끝' vs 韓 '단호 대처 재확인'= 동해 연안으로 독도와 지근거리인 사카이항에 입항한 측량선은 메이요(明洋. 621t)와 가이요(海洋. 605t) 등 2척으로 독도 인근 해역의 지형도를 작성할 수 있는 관측장비를 싣고 있다.
명령만 내려지면 언제든 출항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일본 현지의 전언이다.
사카이 항은 일본 해상보안청의 8관구 사령부가 위치한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해상보안청이 독도 주변 등의 우리측 EEZ를 포함해 해양 측량계획을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닷새 만에 측량 도발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탐사선이 19일 사카이항을 출발했다고 전했지만 목적지나 구체적인 항로는 물론 출항사실 여부도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은 당초 20일 측량선을 사카이항에서 출발시켜 독도 주변을 비롯한 동해에서 측량활동을 한 후 26일 사카이항으로 귀환시킬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나라의 반발을 고려해 조사 착수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사 준비를 하고 있으나 구체적 일정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일본의 우리측 EEZ내 탐사계획 추진을 주권에 대한 도발적 행위로 인식해 만약의 사태에 단호하게 대처키로 하고 일본의 탐사 계획을 즉각적으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브리핑에서 "모든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정부선박에 대한 물리적 퇴치가 국제법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정부 선박이라는 것은 정부선박으로서의 기품과 해당국가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정부의 공무를 수행할 때 정부 선박으로서 위치를 갖는 것이며 만약 그 것을 넘어서면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해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일본의 '강행'과 우리의 '저지'로 인해 발생되는 물리적 충돌에 대한 책임은 상황을 유발한 일본 측에 있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18일 일본 해상보안청의 측량선이 도쿄를 출발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독도 근해에 해양경찰청 소속 경비정 18척을 집중 배치하고 경계 강화에 나섰다.
해상 초계기인 챌린저호도 18일 밤 김포공항을 이륙해 강릉비행장에 도착해 출동 명령을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측량선이 우리측 EEZ를 침범할 경우 우선 정선을 명령한 뒤 선상 검색을 벌이고 그에 불응할 경우 나포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日 노림수 vs 韓 대응카드 = 일본의 동해수로 탐사계획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독도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조용한 외교'의 기조 변경을 밝힌 18일에 측량선이 도쿄를 출발해 동해 연안 항구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확인한데는 뭔가 까닭이 있어 보인다.
외견상 '한번 해보자'는 의지를 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사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청와대로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함께 한 만찬 간담회에서 조용한 외교 기조를 변경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직후에 일본 교도통신이 첫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독도지역의 분쟁화를 노린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으로 노 대통령까지 나서는 등 한국 정부에서 강경 대응의 목소리가 극대화한 18일을 골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어찌됐든 일본은 현 상황에서 자국이 손해볼 일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분쟁지역화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깨고 대응을 불러 독도문제에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성과라는 것이다.
차기 총리 0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아베 장관이 9월 총리 선출을 앞두고 자국내 우파 결집을 위해 독도 영유권 카드를 강하게 들이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정인(文正仁.연세대 교수)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는 "아베 장관이 차기 총리 선거에서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일련의 조율된 국내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일반적인 관측이 있다"고 말했다.
아베 장관은 얼마전에 자국의 납치 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씨의 남편이 한국인 납북자일 것이라는 DNA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6자회담 대표들이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차 도쿄에 모여있는 시점에 발표해 국제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도발로 독도와 관련해 분쟁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만큼 '조용한 외교'의 기조 변경을 검토하고 나섰으며 독도 영유권 수호차원에서 '강공'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일본의 측량계획이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와 역사 교과서 왜곡에 이은 영토 주권에 대한 도발이라는 점에서 일회성이 아닌 '포괄적인' 대응을 천명하고있다.
구체적인 카드로 우선 동해상 EEZ 선포 기점을 울릉도 대신 독도로 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어 보인다.
정부는 1996∼2000년까지 일본과의 EEZ협상에서 울릉도를 동해 EEZ 기점으로 삼아 일본 오키섬과의 중간을 경계선으로 하자는 입장을 낸 바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협상 타결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며 독도영유권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향후 일본의 태도 등을 봐가며 동해 EEZ 선포기점을 독도로 할 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독도관련 시민단체와 일부 학자들은 독도 영유권 분쟁의 불씨가 된 1998년 신(新)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선택도 주목된다.
이 협정은 한일간에 EEZ 경계를 획정할 때까지 어업에 적용할 잠정적 해상경계로 '중간수역'을 정했으며 여기에 독도가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이 공식 입장인 만큼 일본과 중간수역 구획 협상을 할때 당연히 독도가 우리 측 수역에 포함되도록 했어야 하는데 중간수역에 포함돼 분쟁의 빌미를 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선 '이 협정의 어떠한 조항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害)하는 것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는 한일어업협정 제15조를 근거로 들어 독도영유권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이 독도영유권과 관련한 억지주장을 지속할 경우 정부가 신어업협정과 관련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 외교적 해결의 길은 없나 = 정부는 일단 외교경로를 통한 문제해결의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의 탐사계획이 철회된 후에야 외교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7일 라종일 주일 한국 대사와 일본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 이 도쿄에서 면담한 데 이어 한일 정부간에 적어도 '정면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외교접촉은 지속되고 있다.
아베 관방장관은 이날 '독도 주변수역 탐사'를 놓고 한일간 외교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외교접촉에서는 국제수로기구(IHO)를 통한 해저지명 등재 문제를 포함해 지난 2000년에 중단된 EEZ 협상재개 문제, 나아가 신어업협정 문제 등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한국이 과거 4년간 일본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 주변 수역에서 조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앞으로는 사전에 '상호 통보'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한국측이 실효적 지배를 해온 독도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끈 것 만으로도 '효과'를 톡톡히 본 일본이 외교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본 측은 적어도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일심동체 격인 자국 언론을 통해 측량선의 출항 여부 등을 보도하면서 동해상 긴장도를 높여 한국 측의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방법으로 계속 국제 여론의 이목을 끄는 전략을 취할 공산이 커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