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튜닝시대] "그냥은 재미없잖아"…엽기 튜닝열전

"그냥은 재미없잖아. 튜닝 해봐."

인터넷이 각종 튜닝의 고수들로 넘쳐나고 있다. 핸드폰에서 컴퓨터, 운동화'실내화, 제도 샤프 등 다양한 기성 제품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 튜닝을 통해 탈바꿈되고 있는 것. 기발한 상상력으로 넘쳐나는 '튜닝 열전'속으로 들어가 보자.

# 대세는 운동화 튜닝

요즘 10'20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운동화 튜닝. 천 소재의 스니커즈 운동화에 섬유전용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운동화 끈 역시 하얗고 까만색 일색에서 벗어나 알록달록 물을 들인다. 게다가 단추나 구슬을 달고 캐릭터 인형을 붙이며, 자수를 놓고, 심지어 초콜릿이나 사탕까지 매다는 등 아이디어로 넘친다.

성인들이 많은 비용을 투자해 자동차나 오디오 등의 성능과 외장을 바꾸는 데 매달리는 것과 달리, 학생들은 저렴한 비용과 자신만의 손재주로 남들에게 개성을 뽐내고 있다. 간단하게는 아디다스, 퓨마 등 유명 상표의 브랜드를 매직으로 그려 넣는 것에서부터 아예 색깔을 덧입혀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내는 학생들까지 있을 정도다.

운동화 튜닝에 공식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문양을 그려 넣고 바느질로 장식을 달면 완성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실력을 참고하고 싶다면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 '운동화 튜닝'을 검색하면 수십 개의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실내화 튜닝 역시 방법은 동일하다. 과거 하얀색이 미덕이었던 초'중학생들의 실내화에 컬러 바람이 불고 있는 것. 특히 '튜닝 실내화'는 MBC 드라마 '궁'의 주인공 윤은혜 씨가 캐릭터와 꽃 그림이 그려진 귀여운 실내화를 신고 나오면서 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이같은 변화를 반영하듯 지난 3월 서울 롯데백화점에서는 리폼 공모전을 통해 일반인들이 직접 튜닝한 '이색 스니커즈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 장르를 파괴한다

샤프펜슬 튜닝과 컴퓨터 튜닝의 핵심은 다른 상품과의 결합을 시도한다는 것.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제품을 결합시켜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 인기 검색어 중 하나인 샤프펜슬 튜닝은 까만색 몸통의 심심한 외관을 가진 제도 샤프가 주재료. 10대들은 볼펜이나 플러스펜, 샤프심 통 등으로 바꾸는 간단한 튜닝을 하거나, 샤프 클립을 모아 날개 전투기 모양을 만들고 권총 모양의 몸통으로 개조하기도 한다. 개성만점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만드는 방법은 칼로 자르고 이어 붙이는 일로 간단한 편.

하지만 컴퓨터 튜닝은 이보다는 조금 더 고가의 비용과 큰 노력이 필요하다. 전기제품을 만지는 일인만큼 컴퓨터 내부에 대한 상식도 필수.

컴퓨터 튜닝은 본체를 투명 아크릴판으로 바꾸고 속에다 물을 채워 수족관으로 개조하는 것은 컴퓨터 튜닝의 기본. 석유통에 컴퓨터 본체를 집어넣거나 기타에 컴퓨터를 결합, 전자레인지에 본체를 집어넣고 모니터는 전자레인지 문짝에 다는 엽기튜닝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에서는 컴퓨터 튜닝을 시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산격유통단지 전자관 관계자는 "보수적인 지역 문화 때문인지 아직 컴퓨터 튜닝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는 없다."라며 "더구나 마니아 사이의 문화이다 보니 튜닝을 하려면 인터넷 쇼핑몰 등을 뒤져 직접 재료를 구입하고, 수작업을 거쳐야 한다."라고 했다.

# 휴대전화 가격이 너무 비싸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서 가장 친근한 소지품인 휴대전화. 여기에다 나만의 '색'을 입히는 것이 휴대전화 튜닝이다. 한때 휴대전화 케이스 도색에서 키패드 색상 바꾸기, 큐빅 라이팅, 발광다이오드(LED), 벨소리 증폭 등이 유행하면서 대구에만 10여 곳의 핸드폰 튜닝샵이 성업했지만 현재 남은 곳은 고작 1곳. 이는 휴대전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디자인이 고급화했기 때문. 비싼 고가의 제품에 또 다시 비싼 돈을 들여 튜닝하는 일이 부담스러운 것이다.

대신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직접 휴대전화 튜닝에 나서고 있다. 몇천 원으로 장만할 수 있는 구슬이나 스티커 등을 붙이는 것 등을 통해 나만의 '휴대전화'를 창조하거나, 인터넷 튜닝 사이트 등을 통해 전문기술을 배워 직접 시도하는 학생들도 있다.

김유진(15) 양은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손재주 있는 반 친구를 통해 휴대전화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구슬로 꾸몄다."라며 "어른들은 멀쩡한 휴대전화에 왜 낙서를 하느냐고 화를 내지만 이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전화기"라고 자랑했다. (2006년 4월 20일자 라이프매일)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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