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카니 차량 구매비용 1천500만 원에 튜닝비만 6천여만 원.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백준상(32) 씨는 "400m 드래그 대회(직선코스를 가장 먼저 통과하는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외장부터 엔진, 내장까지 풀 튜닝하고 있다."라고 했다.
'차는 고장 없이 안전하게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를 가졌다면 이해할 수 없는 자동차 튜너들의 세계. 하지만 백 씨는 하루 14시간 가량을 일해야 하는 고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밤새 외국 경매 사이트를 뒤져 부품을 구매하고 카센터에서 차를 튜닝할 때는 스스로 눈이 반짝이는 것을 느낄 정도란다. 그에게는 차가 바로 행복의 원천인 것이다.
# 튜닝의 고전
국내에서의 자동차 튜닝은 1990년대 초 한국의 첫 스포츠카 격인 '스쿠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튜닝카'라고 하면 보통 고급 스포츠카를 연상하기 쉽지만 요즘은 세단과 SUV차량 등 차종을 가리지 않는다. 제조원가를 최소화 해야 하는 양산차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나만의 차'를 만들어보겠다는 욕구 때문이다.
튜닝은 보통 자동차의 '퍼포먼스 튜닝'과 '드레스업(dress-up) 튜닝'으로 나뉜다. 퍼포먼스 튜닝은 마니아들이나 전문 레이서들이 차량 출력이나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엔진과 머플러, 휠, 브레이크 등을 바꾸는 것이다. 비용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드레스업 튜닝은 성능을 높이기보다 외장을 자기 취향에 맞게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에어로 파트와 스포일러, 안개등 등의 각종 부착물이 판매되고 있다.
자동차 튜닝이라 해서 꼭 비싼 비용이 드는 것만은 아니다. 요즘은 DIY식 튜닝 제품들이 많다. 투스카니 운전자인 김지훈(가명'26)씨는 "중고 장터를 뒤지고 부품을 구매하고 직접 스티커를 부착해 드레스업 튜닝을 하는데 100만 원가량이 들었다."라며 "적은 돈으로 튜닝을 했지만 주행 때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은 만족스럽다."고 자랑했다.
△튜닝과 불법 개조 사이
대량 생산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운전자들이 선택한 대안이 '튜닝'. 하지만 국내에서 튜닝을 하기란 여러 규제와 불법개조 논란 때문에 쉽지 않다. 현재 튜너들이 시행하는 대부분의 사양들이 '불법'인 경우가 많기 때문. 지난 3월 말부터 집중단속이 시작되면서부터 요즘에는 주행하는 튜닝카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코란도 차량 운전자인 박주환(28'가명) 씨 역시 지난 14일 단속에 적발됐다. 휠 하우스를 벗어난 광폭타이어에다 밴형 화물자동차의 격벽 제거, 안개등 추가 설치 등의 위반으로 벌금만도 300만 원을 넘어섰다.
튜닝카 단속에 대한 튜너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스티커 하나를 붙이는 것도 '불법 부착물'로 단속되고 '오프로드(Off Road)'를 달리기 위해 차체를 높이거나 규정 폭보다 넓은 타이어를 장착한 경우 역시 불법에 해당되는 등 규제가 까다롭다는 것. 구조변경을 신청해도 법규가 엄격해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많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안전이 최고의 요건"이라고 맞선다. 굳이 자동차 개조를 원한다면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에서 구조변경승인을 받아 검사 및 등록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구조변경에는 8만~50만 원의 비용이 든다.
◇튜닝카 마니아 최영신씨
자동차 광(狂) 최영신(35)씨. 그는 매주 주말 성서 공단에서 열리는 언더 드래그(동호인들의 비공식 경기)를 제패하는 최고 가속의 차를 가졌다. 현재 일본 닛산자동차의 이클립스(ECLIPSE)를 보유중인 그가 지금까지 바꾼 차만도 20여 대. 그는 차에 대해서는 '준 박사급'이다.
"자동차 관련 사이트를 뒤지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성능의 차로 개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유일한 고민이자 낙입니다. 틈만 나면 인터넷을 뒤지고, 카센터로 달려가죠."
최 씨가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차를 몰래 이리저리 뜯어보며 차에 대한 상식을 키운 그가 18세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운전면허증을 따는 일이었다. 그는 "빠르게 달리는 것을 좋아해서 20대에는 오토바이 경주에 재미를 붙여 선수로 활동했고, 조만간 공식 자동차 400m 드래그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의 '애마'에 들인 튜닝비는 3천여만 원. 중고 외제차를 장만해 지금까지 들인 튜닝비가 차 값의 2배를 넘어섰다. 핸들과 계기판, 엔진출력장치 등 뼈대를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꿨다고 말할 정도다.
그가 이렇듯 자동차에 애정을 쏟는 이유를 콕 집어 표현하기는 어렵다. "관심 있는 분야에서 남들보다 앞서고 싶고 눈에 띄고 싶은 심리와 더불어 속도감에서 오는 스릴, 차량을 조금씩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달라지는 미묘한 변화들에 중독됐기 때문이 아닐까요?"
튜닝을 곱잖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사회 분위기다. 하지만 그는 "요즘은 자동차 튜너들도 타인의 안전과 불편을 배려하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다."라며 "자동차 튜닝을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문화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2006년 4월 20일 라이프매일)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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