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계주류 여태룡 대표이사와 삼겹살집 송림
음식은 맛과 향이 여린 것에서 강한 순서의 크레센도(점점 세게)로 가야 미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와인을 서빙할 때도 새로 낸 와인이 이미 마신 와인의 맛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 2, 3년 사이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늘고 있습니다. 수백 종의 와인이 제각각 독특한 맛과 향을 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반하는 것 같습니다.
(주)세계주류 여태룡(53'한국수입주류도매협회장) 대표는 "와인 전문가가 아니라면 마셨을 때 편안하면 좋은 와인"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업무상 해외출장이 잦은 여 씨를 만나 와인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여 씨가 와인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첫 해외 여행지였던 호주와 1995년 주류 교역을 하면서 시장 조사를 위해 들렀던 일본에서 시작됐다. 호주에선 스테이크에 곁들여 낸 와인의 향이 고기 맛과 조화를 이루면서 상당히 인상적인 맛 경험을 했으며, 앞선 주류업 정보를 얻으려 간 일본에선 주류시장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에 놀랐다는 것.
"대형소매점에서 많은 일본 주부들이 장바구니에 와인을 담고 있었죠. 일본의 음주문화가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와인 문화로 바뀌는 것을 보고 향후 우리나라도 와인수요가 늘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은 사업가에게 필수조건. 이 때부터 그는 와인에 관심을 기울였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포도품종, 당해 연도 기후(빈티지), 숙성기간, 블렌딩 등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 품종과 숙성기간에 따라 빛깔마저도 달라진다.
"개인적으론 프랑스 보르고뉴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는 피노누아(카버네쇼비뇽, 멜롯과 함께 세계 3대 포도품종) 계열의 와인을 좋아합니다. 풋풋한 풀 내음과 풍부한 과일 향을 머금고 있어 초심자들이 마시기에 적당합니다."
그러면서 삼겹살 한 점을 먹고 레드와인 한 모금을 천천히 음미한다.
삼겹살 전문점인 '송림'은 여 씨가 직원들과 회식할 때 자주 들르는 식당. 사무실과 가깝고, 도톰하게 썬 삼겹살과 정갈한 반찬이 와인 한 잔 하기엔 안성맞춤이라고 소개했다.
와인과 삼겹살? 왠지 어색한 느낌이다.
"김치나 된장 등 발효음식에 익숙한 우리 입맛에 포도즙을 숙성시켜 만드는 와인은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실제로 느끼한 삼겹살의 뒤끝을 상큼한 와인이 말끔히 없애주는 맛의 조화가 즐겁다.
"맵고 짠 양념류를 많이 쓰는 자극적인 우리 음식에 상대적으로 떫은맛이 센 카버네쇼비뇽이나 단 맛이 나는 멜롯 계통의 레드 와인은 오히려 찰떡궁합이죠."
해산물 요리가 많은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의 소비가 높다. 국가별 음식재료에 따라 와인 소비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최근엔 세계 와인시장에서 신대륙(호주,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등) 와인의 약진이 돋보이는 것도 한 추세이라고 전했다. 구대륙(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와인이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두 종류 이상의 포도품종을 블렌딩한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면 신대륙 와인은 단일 품종의 와인을 단시간에 숙성시켜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 특색.
"그렇더라도 엄격한 품질관리와 오랜 노하우로 생산된 구대륙의 와인이 맛과 향에 있어 훨씬 깊고 심오해 좋아 합니다."
와인 이야기 탓에 음식취향이 서구적이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고향이 성주인 여 씨는 학창 시절 여름방학 때 차가운 우물물에 보리밥을 말아 된장 항아리에 묵혀 두었던 고추장아찌를 꺼내 먹던 맛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번은 심한 독감으로 입맛을 완전히 잃은 적이 있는데 그때 찬물에 만 보리밥과 고추 장아찌로 입맛을 되찾아 회복된 적이 있다."라면서 입맛에 관한 한 어쩔 수 없는 경상도 토박이임을 강조 했다.
◇송림
대구 어린이 회관서 희망로 방향 500m지점 대구 수성구 황금동 황금시장 입구에 위치한 '송림'은 통돼지갈비와 생삼겹살 전문점.
암퇘지 고기만을 쓴 생삼겹살은 주인 김영희씨가 직접 일일이 도톰하게 썰어 손님상에 내놓는다. 사흘 정도 저온 숙성시켰기 때문에 육질이 쫄깃하고 부드럽다. 통돼지갈비는 갈비뼈에 붙은 살을 그대로 양념한 후 이틀간 재워 제공한다.
곁들이 반찬도 토속풍이 많으며 특히 직접 담든 된장찌개는 고기 먹은 뒤 느끼함을 없애기에 충분할 만큼 칼칼하면서도 맛깔스럽다. 살얼음이 동동 뜨는 육수에 담아내는 냉면은 주인이 강력 추천할 정도로 시원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생삼겹살 1인분 5천원, 통돼지갈비 4천원, 냉면 4천원.
053)762-9005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작성일: 2006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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