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11시 동구 동호동 안심교. 폭이 1.2m에 불과한 보행로에 자전거와 사람들이 엉켜있었다. 이따금씩 보행자 사이를 갈짓자로 질주하는 오토바이는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 보행자들을 보호하는 건 나지막한 콘크리트 턱이 전부. 자칫 발을 헛디뎠다간 시속 80km로 질주하는 차들 사이로 떨어질 판이었다.
대구시내를 관통하는 금호강 교량들이 차량 소통 위주로만 만들어져 보행자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폭 20m 이상 1종 교량 대부분이 보행로가 턱없이 좁거나 아예 없어 안전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
게다가 도시 경관을 아예 무시하고 건설된데다 보행자들이 접근하기 조차 힘들다는 시민들의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실태 파악은 커녕, 법 규정에 맞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취재 결과, 금호강 교량 10곳 가운데 화랑교와 아양교를 제외한 8곳의 다리가 보행 안전성과 접근성에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팔달교와 공항교의 경우 보행로를 보호해 줄 난간이 전혀 없었고 노곡교와 안심교는 보행로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심교는 좁은 보행로를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통에 다리 난간으로 올라서 자전거를 피하는 아찔한 광경이 곳곳에서 목격되기도 했다. 매일 자전거로 통행한다는 한모(54·여) 씨는 "보행자를 이리저리 피하면서 자전거를 탄다."며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게 뭐가 대수냐."며 도리어 화를 내기도 했다.
보행자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량이 주변 경관을 망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양교를 제외하고는 횡단보도가 지나치게 멀거나 아예 없어 걸어서는 접근하기조차 힘든 것. 또 교량 진·출입로 주변과 둔치가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가득 메워져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주민 최모(54·동구 동촌동) 씨는 "공항교를 자주 오가는 편이지만 주민 편의 시설이나 도시 경관을 배려한 조경을 찾아볼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금호강 교량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행로의 넓이는 1.2~2.5m만 되면 규정에 적합하다."며 답변을 피했고 "대구시가 안심교의 관리 주체인가."라며 오히려 반문하기까지 했다.
박문호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금호강 유역 교량들의 경우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교량 주변으로 주거권이 형성되면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보행로를 넓히는 등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창익 영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현행 법 규정 자체가 시대 흐름과 맞지 않기 때문에 수치 상의 법적 규정을 따지기 보다는 시민들의 교량 이용 실태에 맞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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