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자치' 아닌 '집안잔치'

작가 이문열…한나라 공천 강력비판 '주목'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공천은 지역구 국회의원들 간의 서로 챙겨주기 카르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지방자치'가 아닌 '집안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2년 뒤 (대선에서) 또 실패할 것입니다."

소설가 이문열(58) 씨가 5·31 지방선거 한나라당 공천에 대해 격하게 비판하면서 '강력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 씨는 20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은 철저하게 지역구 국회의원 의중에 따라 결정됐다. 무능하거나 무력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게 분명한 지도부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공천권을 다 넘겨줘 버렸고, 국회의원들은 자기들 뜻대로 다 했다."고 말했다.

당대 최고의 보수논객 중 한 명으로 평가받으면서 때론 글로, 때론 말을 통해 현실정치에 관여해 왔던 이 씨는 이날 이례적으로 보일 만큼 시종 강하게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이 씨는 "공천 장사하라고 국민들이 (최근의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찍어준 것이 아니다. 정권 되찾아오라고 지지하는 것이다."라며 "엉뚱한 짓 하고 있으면 (이번 지방선거에) 표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뜨거운 맛을 보고 각성하지 않으면 2년 뒤 또 실패할 것이다. 5년 더 고생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나라당은 경고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 대선과 비교해 구도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진보-보수구도라고 하지만 내년 대선에서도 지역구도로 표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씨는 "한나라당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개인적으로 보수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고 한나라당이 현재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을 뿐"이라며 "한나라당과 나를 연결시키지는 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가 이런 데까지 나서니까 너무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덧붙였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이 씨는 "당시 나름대로 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보니까 들러리 역할을 한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걱정스럽다."는 말을 대여섯 차례나 거듭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과의 초청으로 지난해 말 나가 소설 집필에 열중해 온 이 씨는 부인의 자수전시회 관계로 일시 귀국했으며 29일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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