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기적같던 1년, 너는 내 운명

정빈아, 네가 우리 곁으로 온 지 벌써 1년이 됐구나. 솔직히 10년은 지난 것 같은데 겨우 1년이라니, 기분이 이상하구나. 참, 며칠 전 돌 잔치 때 많이 놀랐지? 돌잡이를 해야 하는데 네가 얼마나 우는지…. 아빠도 손님들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어쩔 줄 모르시더구나. 결국 널 먼저 보내고 엄마, 아빠가 돌잡이를 대신 해야 했지.

지난 1년은 우리에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단다. 네가 처음 몸을 굴려 뒤집었을 때, 배밀이를 했을 때, 팔을 세워 기었을 때, 그리고 마침내 일어나 뒤뚱뒤뚱 걷더니,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나는 깜빡 기절할 뻔했단다. 넌 참 순한 아기였다. 지금보다 더 아기였을 때 말야. 한번은 아빠가 혼자 너를 밤새도록 어르고 달랬더란다. 그땐 네가 참 많이도 울 때였다. 불면의 밤 끝에 새벽을 맞은 아빠가 나중에 엄마한테 이랬다지. "여보, 알퐁스 도데 '별'에 나오는 양치기가 된 기분이었어." 엄마 역시 정빈이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스테파노 아가씨를 밤새 지킨 양치기처럼 내가 무척 소중한 무언가를 해낸 듯한 성스러움마저 느낀단다.

그런 네가 요 몇 달 새 부쩍 자랐더구나. 걸음걸이도 또박또박해졌고 제법 억지를 부리는 목청도 커졌더라. 몹시 기쁘다. 정빈아, 정말이지 너와 보낸 지난 1년은 엄마, 아빠에게 기적이었어. 앞으로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자.

육영희(대구시 남구 대명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