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현대사의 블랙박스 나치 대학살/최호근 지음/푸른역사 펴냄
"왜 문명화된 야만인가?"
독일 문화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바이마르. 20세기 초반 독일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던 이곳에서 한 시간이면 나타나는 곳 부헨발트. 나치의 대학살이 자행됐던, 강제 수용소의 원조가 됐던 곳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저지른 최고의 악행은 문명과 지척에 등을 맞대고 있었다.
저자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괴테와 칸트, 그리고 바흐를 배출한 문명의 나라 독일에서 어떻게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 같은 야만적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책 '나치 대학살'은 서양 현대사의 블랙박스를 해독하듯 유대인 대학살을 재구성한다. 기독교의 오래된 반유대주의가 왜 하필 20세기 초 유럽에서 극에 달했고, 그 가운데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는지 그리고 왜, 누가 그 많은 유대인을 죽여야 했고, 죽였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저자는 대학살에 대한 고찰을 통해 "유대인 대학살이 그때 거기서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늘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도 무관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점"을 밝힌다.
불행하게도 우리 현대사 역시 이런 인류의 비극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기에 벌어진 크고 작은 민간인 학살, 6.25전쟁을 전후해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한국 현대사의 앨범 역시 '학살'이란 말을 빼놓고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1935년 9월 15일 나치 전당대회에서 공포된 독일 제국 시민법과 혈통보호법. 이른바 '뉘른베르크 인종차별법'이 등장하면서 야만적인 역사는 시작된다. 집단적 광기를 띤 반유대주의는 수용소에서, 가스실에서, 또는 살인특무부대의 총으로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 넣는다.
"왜?"
저자는 우리의 관심이 반유대주의의 계보를 추적하는 데 머문다면 궁극적 해답을 찾기 어려워진다고 본다. 반유대주의가 독일에서 극성을 부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일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치즘의 등장과 유대인 대학살의 참화를,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병리적 현상과 연관지어 좀더 넓은 구도에서 파악하려 했던 관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누가 유대인을 죽였는가', '쉰들러 리스트는 있었는가' '왜 유대인들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들처럼 아무런 저항 없이 죽음을 맞이했을까?' 저자는 샘솟는 의문들을 일곱 개의 장으로 정리해 반인도적인 학살의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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