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1층은 '비호감'이었다. 특히 앞뒤로 꽉 막힌 아파트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조금씩 아파트 1층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집 앞쪽 개별정원인 프런트가든의 힘이다.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한 아파트. 1층 서정남(46'계명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의 집 앞은 11평 정도의 목조 데크로 꾸며져 있다. 테이블과 녹색 파라솔도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꼭 아기자기한 전원 카페를 닮았다. 목조 데크에 올라서면 칠판이 눈에 띈다. 프랑스어로 '우리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적었다. 옆에는 커피나 사탕 등도 마련해둔 '센스'를 발휘했다. 탁자 위에는 '알라딘 램프'나 시계, 주전자 등 고풍스런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줬다.
데크 양쪽으로는 소사나무, 모과나무, 은행나무 등의 분재와 제라늄 등 30여 종의 갖은 식물들이 저마다 방문자를 반기고 있다. 데크 옆 정원에는 귀여운 돌단풍과 미니 장미 등이 색깔 잔치를 벌이고 있다. 서 교수의 컨셉은 인근을 지나다 누구든 이곳에 잠깐 들러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휴식처'.
서 교수는 "지난해 입주 당시만 해도 아파트 1층 매물이 네곳이나 남아있었는데 우리 프런트가든을 보고 곧바로 팔렸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예전 아파트에선 로열층에 살았다는 서 교수는 "평소 화초 키우는 걸 좋아하는데 높은 곳에선 잘 자라질 못했다."라고 했다. 식물들도 땅심을 받아야 싱싱하게 자란다는 지론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높은 곳에서는 원초적 불안감이 항상 마음속에 있지만 땅에 발을 붙이고 살면 그 만큼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그것이 가장 큰 웰빙이라고 힘을 주었다.
앞으로 목조 데크에 철제 화분 거치대를 나란히 달아 제라늄 화분을 촘촘히 놓고 잔디도 더 보강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그렇게 하면 한폭의 그림이 따로 없을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서 교수의 아파트처럼 프런트가든이 사랑받고 있다. 조경뿐 아니라 1층에 개별정원 공간을 주는 아파트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이를 활용하려는 입주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프런트가든은 대체로 1층을 꺼려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로 제공되고 있지만 친환경을 좋아하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꽤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프런트가든은 일반층에서는 쉽지 않은 텃밭이나 목조 데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영춘 헤펠레 DIY 목공방 대구점 대표는 "2, 3년 전부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도 물론 아파트 실외 정원이 있긴 했지만 화분 몇 개 갖다놓고 자투리 공간을 채우는 수준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의 프런트가든은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원적인 느낌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프런트가든은 전원주택을 살 여유가 되지않는 사람에겐 더 없는 유혹"이라고 덧붙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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