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DA협상 4월말 타결 무산, 7월말로 시한 연장(

세계무역기구(WTO)가 진행하는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이 4월말 타결 시한을 사실상 단념했다.

149개 회원국들은 월말 타결을 위해 18일부터 21일까지 제네바에서 DDA의 핵심 분야인 농산물과 비농산물 시장접근(NAMA) 협상을 재개했으나 실질적 논의에는 거의 접근하지 못한 채 예정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농산물과 NAMA의 모댈리티(세부원칙) 마련을 목표로 월말 혹은 내달초로 잡고 있던 각료회의의 소집 노력도 중단키로 결정했다. 시한도 못박지는 않았지만 당초 거론됐던 7월말로 자연히 연장되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파스칼 라미 WTO사무총장이 21일 저녁 소집한 20여개 핵심국 대사급 회의(그린룸 회의)는 각료회의 개최를 포기하고 협상의 속도를 높이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그린룸 회의에서는 시한을 정하지 않고 협상을 종전의 월단위에서 주단위로 전환해 강도높게 진행하며 농산물과 NAMA 협상 그룹 의장이 실질적인 협상기초 문서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라미 사무총장은 오는 24일 열리는 전체 회원국 대사급 회의를 통해 4월말 시한과 각료회의의 중단을 확인하고 향후 일정을 논의할 방침이다.

21일 저녁 그린룸 회의에 참석한 최혁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는 추후 각료회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개최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며 타결시한을 다시 정하는 것도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어 못박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최 대사는 시한을 정하지 않았지만 DDA 협상 타결의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6월말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7월말이 사실상 최후의 시한으로 거론되는 것은 모댈리티가 마련된다 해도 각국의 양허안 제출과 검증 절차가 남아있는 점, 그리고 미행정부의 무역촉진권(TPA)이 내년 7월로 종료됨에 따라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시간이 촉박함을 감안한 것.

당초 농산물과 NAMA 협상은 지난해 12월 홍콩 WT0 각료회의에서 4월말까지 모댈리티를 마련하고 7월말까지 각국이 이에 따른 이행 계획서를 제출한다는 일정을 합의한 뒤 올해부터 매달 1주일씩 진행돼왔다.

농산물과 NAMA협상에 역점을 둔 것은 두 분야 협상에서 선진.개도국 그룹의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진전이 이뤄져야 서비스와 규범을 포함한 나머지 협상 분야에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협상의 교착 상태를 초래하는 3대 현안은 농산물 분야의 국내보조와 시장접근( 관세감축), 비농산물 시장접근.

현재의 협상 구도를 보면 미국과 G20은 EU가 농산물 수입 관세의 감축에서 추가로 양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EU는 미국에 국내보조의 실질적 감축을 요구하고 있고 G20도 이에 동조한다.

미국과 EU는 브라질과 인도 등 G20의 리더들에게 공산품과 서비스 협상에서 관세와 장벽을 각각 낮출 것을 압박하고 있다. 3대 현안을 놓고 3강이 서로 상대방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타협점 도출이 어려운 가운데 4월말 시한이 속절없이 무산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타결의 목표치(level of ambition)을 낮추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완전한 모댈리티' 대신 '부분적인 모댈리티'에 만족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4월말 시한을 지키지 못하리라는 분위기가 굳어진 21일 라미 총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브라질 등 협상 3강에 거듭 양보를 촉구했고 이들은 서로 상대방에 협상 교착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었다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EU에 지나친 양보를 기대하고 있고 비농산물(공산품과 임수산물) 분야에서 브라질이 이끄는 유력 개도국 그룹(G20)의 제안은 부족하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만델슨 의장이 연설과 기자회견, 손가락질에만 능숙하다며 협상 타결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응수했다.

▲농산물= 4월말 시한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열린 농산물 협상은 당초 ▲수출 경쟁 ▲국내보조 ▲시장접근(관세감축)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관세 감축 부문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폐회했다.

크로퍼드 팔코너 의장(뉴질랜드)은 21일 월말 타결을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체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시한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6주간 강도높은 협상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 대표단장인 배종하 농림부 국제협력국장은 최대 관심사인 관세감축 공식의 수치 자체는 다음주에 논의된다고 말하고 향후 협상 일정은 2주 단위로 3차례씩 6주동안 계속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 국장은 2주단위의 협상은 첫째주에 의장이 개별국, 그룹을 면담해 다시 한번 입장을 조율하며 그 다음주에는 전체회의 형태로 진행하되, 가급적 본부 대표단이 참가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 국장은 향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만일 G20가 공산품 관세감축 공식의 개도국 조정계수를 어느 정도 낮춘다면 농산물 관세감축 쪽에서는 EU가 원하는 수준의 중간 타협이 이뤄질지도 모르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비농산물= NAMA에서는 ▲관세감축 공식 ▲개도국 신축성 ▲미양허품목 처리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역시 핵심인 수치 문제는 논외로 제쳐놓았다.

돈 스티븐슨 의장(캐나다 대사)은 "우리는 좋은 한 주를 갖지 못했다"면서 "협상이 2단 기어로 전환했다고 말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생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국 대부분이 수치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들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측 대표단장인 박재현 외교통상부 심의관은 선진국에 5-10, 개도국에 15-30으로 제안하고 있는 공산품 감축 공식의 조정계수 문제와 관련, 상호 양보를 위해 중간선을 택하자는 얘기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박재현 심의관은 농산물과 같이 합의의 목표치를 낮출 가능성에 대해 선진국은 개도국과의 차이가 너무 벌어지면 안된다는 입장이며 이 점에서는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 심의관은 다만 부문별 무세화는 전기와 전자, 화학, 자동차 등에서는 다소모멘텀이 엿보인다면서 전기.전자제품의 무세화에는 미국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이 동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조세력이 확대와 제품의 적용 범위 등에서는 이견이 남아있다고 NAMA협상에 함께 참가한 장금영 산자부 국제협력과장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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