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안정성 높아진 부동산, '빚 테크' 요령은?

회사원 김범수(42·가명) 씨와 박진국(39·가명) 씨는 수 년전 1억 5천만 원의 밑천을 가지고 각기 다른 선택을 했다.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지닌 김씨는 당시 대구 최고의 아파트로 꼽혔던 수성구 T아파트 37평짜리를 분양받았다. 분양가에서 모자라는 9천만 원은 은행대출로 메웠다. 반면에 빚은 가급적 지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진 박씨는 비슷한 시기 북구에서 47평 아파트를 구입했다. 1억 8천만 원의 분양대금 중 3천만 원만 은행에서 대출 받았다.

김씨와 박씨 두 사람의 현재 재테크 성적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수성구 T아파트 37평형의 현 시세는 3억 8천만 원선. 분양가보다 1억 4천만 원이나 올랐다. 여기서 대출금 9천만 원을 제하면 5천만 원 정도의 평가이익을 얻은 셈이다. 박씨가 살고 있는 북구 아파트의 현 시세는 2억 5천만 원 정도니까 분양가와 비교할 때 시세차익은 7천만 원이 된다. 대출금(3천만 원)을 빼면 4천만 원의 이익이 생겼다.

결국 은행대출을 적극 활용해 재테크에 나선 김씨가 1천만 원 정도 더 평가이익이 많다. 하지만 은행대출이 6천만 원이나 더 많은 김씨의 이자부담이 더 큰 점을 함께 고려할 때 두 사람의 재테크 성적은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빚'테크의 원리=대출을 적극 활용해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한 이후 큰 평가이익을 얻었다는 투자신화(?)들이 흔히 들린다. 가급적 빚을 지지 않는 것이 좋지만, 투자형 부채는 적절히 이용하면 자산을 불리는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이것을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 원리)효과'라고 부른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으로 급등하던 시기에는 다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일단 목좋은 곳에 아파트 등을 구입해 두면 은행금리의 수 십배, 수 백배의 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그만큼 '빚'테크의 원리는 단순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에, 특히 지방에서 이 같은 과거의 패러다임을 따르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더욱이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되고 있어 자칫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운규 삼성생명 금융컨설턴트는 "부채를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충분히 누리는 지혜를 발휘하되 과도한 부담으로 가계의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당한 규모의 부채는 얼마일까=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재무설계를 위해서는 매월 부채 상환액이 월 순소득의 40% 이하인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물론 부채의 성격에 따라 적정 부채비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카드할부금, 자동차할부금, 신용대출 등 실생활과 직접 관련된 소비성 대출은 소득의 20% 이하이어야 부담이 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이나 재산세·보유세 등 주택과 관련된 대출은 35% 이내가 적정하다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다.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최소한 자기자본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귀띔이다.

보다 보수적인 부채운용을 권장하는 전문가들은 부채 총액이 자기자산의 40% 이내이고, 월 소득에서 부채상환액이 20~3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구은행 본점 안병구 PB센터 실장은 "적정한 부채규모는 사례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적정 부채규모를 이야기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면서 "하지만 통상 5년 이상 장기투자가 요구되는 땅 매입 같은 경우는 부채비율을 크게 낮출 필요가 있고, 반대로 정기적인 월 수입이 기대되는 상가 등의 경우는 월 수입만큼 더 부채규모를 늘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임대수익이 기대되는 상가라고 하더라도 임대가 제 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욕심을 버려라=저금리가 정상금리가 되고,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 건'으로 대박을 터뜨리려는 욕심이 성공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이 때문에 부자들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까지 자산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부채 레버리지를 통해 변동성이 부동산보다 훨씬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절대 금물로 지적된다.

이윤연 대구은행 본점 PB센터장은 "부채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것도 이제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는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 가계의 자산상태와 수입지출 등에 대한 정보를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산층·서민들도 각 은행의 지점에 있는 FA(재무상담사)들과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같은 신뢰와 가계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출과 조언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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