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무슨 자원봉사냐고 생각했지만 나와서 움직이다 보니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1년간의 유급 전업준비 기간을 포함해 실직 18개월째를 맞는 대기업 간부 출신의 김모(42·포항 죽도1동) 씨는 요즘 구직활동을 하는 틈틈이 복지관에서 어르신과 장애인들의 목욕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나서기 전까지 지난 5개월 동안 김 씨는 사실상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낸 이른바 '구직활동 포기자'였다. 여러 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도 봤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자 낙담하고 아예 재취업을 포기한 채 PC방과 찜질방·영화관 등지에서 시간을 죽이면서 지낸 것.
그러던 김 씨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갔다가 재취업 지원을 위한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보고 심심풀이로 지원했다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이렇게 열심히 재활의지를 다지고 있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가.'하고 스스로 반문하고는 다시 구직에 나섰다. 그는 "노인들을 돕겠다고 왔다가 오히려 내가 그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부가 자생적인 취업포기자를 구하기 위해 마련한 사회봉사활동은 지난해부터 대구·부산·광주 등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자 타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포항은 이달 시행 보름 만에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
포항고용안정센터 조정숙 팀장은 "1년 이상 장기 실직자의 상당수는 취업의지를 스스로 놓아버린 구직포기자"라며 "어렵지만 바깥에 나와 봉사활동으로 사회와 부대끼며 삶에 대한 욕구를 되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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