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공공도서관 장애인 편의 시설 '이름뿐'

지난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책의 날이 먼나라 얘기였다. 도서관 장애인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편의시설도 이름뿐이라 장애인들이 도서관에 가지 못하는 것.

지난 18일 지체장애인 홍재우(26) 씨와 함께 찾은 대구 북구 침산동 북부도서관. "지체장애인은 도서관 1층에서 자료검색만 가능합니다. 미안하지만 2층에 오를 편의시설이 없습니다." 도서관 입구 직원이 던진 첫 인사였다.

홍씨와 둘러본 1층 장애인 열람실은 창고나 마찬가지. 접어놓은 재활용 상자가 한 곳에 쌓여 있었고 시각장애인용 모니터와 컴퓨터는 너무 바짝 붙어 전동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2층 종합자료실로는 올라갈 길이 없었다. 승강기는 물론 경사로조차 전무하기 때문.

"2년 전에도 종합자료실로 갈 방법이 없어 대구시에 시설보수를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료들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물끄러미 계단만 바라보던 홍씨는 "1층에서 도서자료를 검색해 사서에게 책을 갖다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처지"라고 씁쓸해 했다.

현장 확인 결과 달성도서관을 제외한 대구시 8개 공공도서관 가운데 장애인 열람실을 갖춘 곳은 모두 6곳. 하지만 동부, 서부도서관은 책이 없었고 북부는 창고 신세로 전락해 있었다.

19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점자도서관. '띠링 띠링~' 5초마다 한 번씩 울리는 차임벨 소리.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서관 입구임을 알리는 장치다.

"비장애인들이 활동하기엔 무리가 없을지 몰라도 시각장애인들이 이동하기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 조남현 간사는 "대구점자도서관은 겨우 40평 규모"라고 했다. 좁은 공간탓에 음성도서 7천여 권, 점자도서 3천여 권만 겨우 보관하고 있을 뿐 점자도서 일부는 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실에 따로 맡기고 있을 정도.

도서 열람 공간조차 턱없이 부족해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읽으려면 방문 대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씨는 "점자도서나 음성도서는 한 번 만들어 두면 도서관 소장 자료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자료가 생길 것"이라면서 "공간 문제라는 암초에 부딪혀 부피가 큰 점자도서는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김은수(가명·23) 씨는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스크린 리더(screen reader·문서파일을 음성으로 바꿔 읽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 )를 주로 사용하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아무리 보고 싶어도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대 특수교육과 임안수 교수는 "시각장애인들이 책을 읽기 위한 최우선과제는 자료 확충"이라며 "장애인들의 읽을 권리를 보장해 주는 관계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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