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러닝 열풍] '사이버 담임' 청구중 백동훈 교사

"이중생활이라고요? 칠판 앞에서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나 모두 다 저의 소중한 제자들이죠."

백동훈(34) 대구 청구중 교사는 낮 동안은 2학년 수학을 맡아 가르치는 평범한 선생님. 하지만 방과 후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대구시내 10여 개 중학교에 100명의 제자를 둔 '사이버 담임'으로 변신한다. 바로 '대구 e 스터디'(estudy.dgedu.net)에서 서비스 중인 '중학교 3학년 수학 1반' 강좌를 가르치고 있는 것. 분필 대신 마우스를 잡은 지 불과 4주째지만 벌써 e 스터디 방식에 매료됐다.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이라야 한두 명 될까요. 대부분은 수학을 어려워 하는 보통의 중3 학생들이지요." 사이버 제자들 중 모교 학생은 30여명. 나머지는 복현중, 대륜중, 서재중 등 시내 다른 학교에서 선착순으로 '클릭'한 학생들이다.

백 교사는 일주일에 7~8시간 분량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카메라를 통한 동영상 강의도 한다. 이번 중간고사 범위인 인수분해까지 지난 주에 딱 마쳤다.

e 러닝에 푹 빠진 그는 다른 학교 사이버 교사들과 방과 후에 만나 교수법이나 동영상 강의에 대한 토의도 하고, 학생들과 온라인에 올릴 수학문제를 만들며 바쁘게 보내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철저하게 쌍방향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의 수업 충실도는 온라인에서 즉각 확인된다. 가정에 인터넷이 구비되지 않은 모교 학생들을 위해 교실도 개방하고 있다. 보통 20명 가량의 학생들이 방과 후 이 곳에서 화면으로 선생님을 만난다.

질문 게시판에는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요', '시험기간이 다가오는데 무슨 문제가 나올 것 같으세요' 에서부터 '시험 망쳤어요', '물구나무는 어떻게 서나요?' 등 조카가 삼촌에게 하듯 푸념 섞이고 엉뚱한 질문도 쏟아진다. 복잡한 수학기호를 쓰기가 귀찮아 아예 휴대폰 카메라로 교재에서 문제를 '촬영'해 질문 게시판에 올리는 녀석도 있다. 출석(접속)을 하지 않거나 숙제를 전송하지 않으면 이 메일로 '호통'이 날아간다.

그나마 모교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70여 명은 얼굴도 모르는 제자들이지만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교사 직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게시판에 올린 제 사진을 보더니 '얼짱' 이라면서 예쁘게 사진을 꾸며주지 않나, 하도 졸라서 책상 위 사진을 찍어 올렸더니 '만년 평사원 수준' 책상이라며 장난치지 않나..."

백 교사는 e 러닝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e 러닝이 절대 학교를 대신할 수 없지만 사교육의 폐단을 줄여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믿음에서다. "학원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문제풀이에는 익숙한데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부분은 쉽게 포기해버리더군요. 이런 학생들을 공교육으로 돌리는 것이 e 러닝의 목표죠."

그는 얼마 전 청도로 전학간 4학년 아들이 학원을 끊고 사이버 영어 선생님과 e 러닝을 하면서 영어에 흥미가 늘었다며 싱글벙글 웃음 지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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