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고사 출제 경향과 대비책은?

대학입시에서 논술, 심층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의 비중이 커지면서 정보가 부족한 수험생, 학부모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사교육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2008학년도 이후에는 수도권 주요 대학은 물론 경북대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 대학들도 논술 및 심층면접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우려는 더욱 크다. 이미 정도를 넘어선 논술 관련 사교육 시장이 중간고사가 끝나면 더욱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아무 대책 없이 유행을 좇듯 여기저기를 기웃거리지 말고 출제 경향을 제대로 파악해 장기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논술고사의 경향을 정리해 보고 그 대비책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논술고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 문제의 경우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의 결과의 정당성'이라는 평이한 주제를 제시하고 주장의 근거와 조건, 현실적 문제점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를 평가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연세대나 고려대 등에서도 제시문 분석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가에 비중을 둔 문제가 출제되었다. 제시된 글이나 자료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창의적으로 구체화하여 표현하였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

최근 서울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판적 사고 능력과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내용 전개에 많은 배점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논제에 대한 단편적인 암기 위주의 서술보다는 자료의 내용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논리적이고 충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독창성, 창의성이 결코 남들이 생각해 내지 못하는 기발하고 엉뚱한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논술고사에서 독창성, 창의성은 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구체적이고 다양한 근거를 바탕으로 참신하게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구태의연한 형식적 문장이나 진부한 사례를 제시하기보다 좀 더 많이 생각하고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비판적 읽기

창의적 사고력은 비판적인 독서를 통해서 신장할 수 있다. 책을 열심히 읽되 그 내용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비판해 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문제점은 없는지, 배경은 무엇인지 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많이 생각하는 것은 좋은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논술문은 결국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글이므로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지 않다면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글을 쓰기는 어렵다.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꼼꼼하게 살핀 뒤 잘못된 점은 무엇인지 비판해 보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도 모색해 본다. 찬반 토론이 벌어질 수 있는 화제에 대해서는 양쪽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고, 어떤 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고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정리해 둔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답안은 결국 많은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많은 생각이 없다면 구체적인 글을 전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곧 창의력과 독창성의 부재로 평가받게 된다.

▶대학별 출제 경향 파악

논술고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출제 경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시모집에서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고전을 자료로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 특히 현대 사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 그 속에 산재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파악하여 나름대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형태의 문제들을 출제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이를 통해 자료에 대한 이해 능력과 분석 능력, 사고력, 창의력, 표현 능력 등을 평가한다. 또한 대학별로 건학 이념이나 학풍에 따라 선호하는 주제나 제재가 있고, 독특한 형식의 문제를 출제하기도 하므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서 지금까지 출제했던 기출문제를 통해 이러한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해 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학의 채점 기준에 대해 정확히 알아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논술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의 요구에 부합하는 내용을 전개하였는가의 여부에 있다. 반드시 주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해야 하며 문제에서 요구한 주제에 맞는 글을 써야만 한다. 이러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감점을 당할 수밖에 없다.

▶많이 읽고 쓰기

정시 모집 논술고사에서 자료로 활용되는 글들은 대부분 동서고금의 고전이다. 이러한 글들을 짧은 시간 내에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많은 독서량이 전제돼야 한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현대 사회의 문제점들과 연관시켜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시사적인 현안에 대한 배경 지식이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이 또한 많은 독서량을 전제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많이 쓰고 많이 평가받는 방법이 쓰기 능력 신장에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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