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신광섭 作 '풀과 숲'

풀과 숲

신광섭

바람의 왼발에 걸려

넘어진 풀

푸르게 멍들었습니다.

그래도

숲은 일으켜 주지 않습니다.

모른 척 합니다.

일어설 수 있어

나 혼자도

잘 보라는 듯

몸을 일으키는 풀

푸른 멍이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안 본 척 가만히 내려다보는 숲

엄마의 숲 같습니다.

풀은 너무도 연약하여 '바람의 왼발에 걸려'도 넘어집니다. 그러나 '숲'은 '넘어진 풀'을 '모른 척 합니다'. '풀'은 스스로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몸을 혼자 일으킨 '풀'은 '푸른 멍이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넘어진 풀'을 안 본 척한 '숲'의 태도는 '냉정한 외면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사려 깊은 사랑과 따뜻한 손길'이었습니다.

우리는 장애인에게 '가만히 내려다보는 숲'의 관심으로, 그들이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풀'처럼 될 수 있도록 하는 '엄마의 숲'이 되는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구석본(시인)

*이 시는 대구보건학교 중등부 3학년에 재학 중인 신광섭 군의 작품으로 21세기생활문인협회의 '2006년 장애우 문학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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