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 이야기가 신문의 톱기사가 되고, 방송의 머리기사가 되는 1년에 한 번뿐인 날이다. 이런 마당에 장애인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제대로 조명될 리 없지만,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는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누구나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고, 그 가족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소설가 김별아 씨가 쓴 창작동화 '거짓말쟁이'는 여전히 조명되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 비슷한 고통의 편린들이 엿보인다. 심장병을 앓는 여동생을 둔 초등학생 지연이. 병원비를 벌기 위해 몇 달에 한 번 집에 들어오는 아빠, 동생 뒷바라지에 언니에 대한 관심은커녕 집안일도 할 수 없는 엄마를 둔 외톨이 소녀는 단지 부끄럽지 않기 위해, 친구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게 된다.
현장학습 때 싸오지 못한 도시락에서 시작한 거짓말은 금세 눈덩이처럼 커진다. 자신은 미시시피주에서 태어나 심장병을 앓은 부잣집 딸이 되고, 엄마는 외국으로 다니며 사업을 하는 멋쟁이 바이어가 된다.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게 됐지만, 남자친구의 관심을 잃지 않고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으려 불안함 속에서도 거짓말쟁이가 되어가는 지연이.
결과가 좋을 리 없다. 거짓말은 들통 났지만 지연이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건 "참말로 내 동생이 죽었어."라는 진실조차 믿어주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이다. 거짓말쟁이에게 닥치는 가장 큰 벌 앞에 선 지연이의 이야기는 거짓말에 둔감해진 어른들에게도 적잖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지연이처럼 슬픈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에도 공감이 갈 것이다. 이제 겨우 장애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에도.
이쯤 되면 아이에게 독서감상문 쓰기를 권하기 딱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꼭 학교 독후감 숙제가 아니라도 일기장 한 페이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채울 만큼 넉넉한 감동을 준다. 작가가 매조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써 보게 하는 것도 좋다. 묵묵히 지켜보던 선생님, 시비 가리기를 좋아하는 예린이, 그리고 하나뿐인 친구 은성이가 지연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살이 공부가 될 것이다. 단, 어지간한 거짓말에는 흥분조차 하지 않는 어른들의 도움은 없는 게 낫겠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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