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물 흐르듯이 흘러라

얘야, 오늘은 '법의 날'이로구나. '법(法)'이라는 글자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단다. '법(法)' 자는 '물(?)'과 '갈 거(去)'를 합친 글자로서 '물 흘러가듯 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기 때문이지.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지 않니? 옛사람들은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 사람의 행동도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였단다.

불교에서도 이 '법(法)'의 이치를 귀하게 여겼어. 불교에서는 삼보(三寶)라고 하여 세 가지 귀한 것으로 첫째 부처님(佛), 둘째 부처님의 가르침을 적은 경전(法), 셋째 그 가르침을 펴는 스님(僧)을 들고 있단다. 부처님의 가르침 즉 말씀을 바로 '법'이라고 하여 매우 중요하게 여겼지.

그럼 어떤 것이 참다운 법일까?

고려 때의 일이란다. 그 때에는 부모가 환갑이 지나면 깊은 산에 갖다버리는, 이른바 '고려장(高麗葬)'이라는 법이 있었다는 구나. 아무리 먹을 것이 귀한 시대였지만 정말 끔직한 일이었지.

그런데 어느 마을의 한 효자는 차마 어머니를 갖다버릴 수가 없어서 방구들을 파고 어머니를 숨겼단다. 그리고는 음식을 드리며 잘 모셨지.

어느 날 효자는 장에 갔다가 벽에 붙은 방을 보게 되었지. 중국에서 어려운 문제를 냈는데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나라가 어려움을 당하게 되니, 답을 아는 사람은 관가로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지. 효자는 문제가 어려워 풀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물었대.

첫 번째 문제는 '치지 않아도 소리가 나는 북'을 만드는 법을 말하라는 것이었대.

"그거야 아주 쉽지. 북을 만들 때 그 속에 풍뎅이를 넣으면 사람이 치지 않아도 소리가 날 것이야."

두 번째 문제는 '재로 꼰 새끼줄'을 보내라는 것이었대. 효자의 어머니는 '짚으로 새끼를 꼬아 소금물에 담갔다가 말린 뒤에 태우면 된다.'고 하였지.

세 번째 문제는 굵기가 똑같은 나무가 있는데 어느 쪽이 뿌리 쪽인지 알아내라는 것이었대. 효자의 어머니는 이번에도 아주 쉽게 '나무를 흐르는 물에 띄워보면 아래를 향하는 쪽이 뿌리 쪽'이라고 하였지.

효자는 어머니가 알려준 방법을 관가에 고하였지. 그러자 나라에서는 이 효자를 불러 크게 상을 내렸단다. 그러나 그 효자는 상을 마다하고 어머니를 잘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였대. 나라의 법을 어기고 어머니를 숨겼는데 어머니가 그 답을 알려준 것이라 하였지.

이 말을 들은 왕은 노인의 지혜와 경험이 필요하니 고려장 제도를 없애라고 하였다는 거야. 자, 이 경우가 바로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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