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특별담화, 무슨 내용 담았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5일 대국민 담화 발표는 앞으로 한·일 간 외교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직접 국민들 앞에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한·일 관계에 대해 대통령 특별담화문 형식을 취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일본의 역사 왜곡문제와 관련,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대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노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만큼 양국 간 관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일본의 물리적 도발 상황까지 가정하면서 "단호하게", "정면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한 뒤 일본의 결단까지 촉구했다.

특히,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일본의 수로 측량 계획으로 최근 고조됐던 갈등 상황이 사실상 독도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한 뒤 일본에 대해 "식민지 영토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등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즉,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이자 과거 저지른 침략전쟁과 학살, 40년간에 걸친 수탈과 고문·투옥, 강제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그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같은 측면의 언급을 가능한한 피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변화다. 결국 '조용한 외교'라는 지금까지의 대일 외교 기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가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논란이 됐던 동해 해저의 지명표기 문제에 대해 "우리의 당연한 권리"라고 못박은 뒤 일본이 이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향후의 한일 간 현안들에 대해서도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일본 측의 쟁점화 의도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최근의 한일협상 결과에 대해 일본 측에 유리하다는 시각이 국내·외적으로 일부 제기되고 있는 점을 의식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게다가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꼽히는 지방선거를 한달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날 담화문이 노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여론을 의식한 듯한 감성적인 표현이 전반적인 기조로 깔려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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