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신 나간 짓을 했다. 실수할 게 따로 있지, 후보 간 생사가 달린 경북도지사 경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잘못 집계해 최종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피해자인 정장식 후보를 여론조사 2위(3위로 발표)로 바로잡아도 종합 1위와는 거리가 있었기 망정이지 정말 큰 사단이 벌어질 뻔했다. 여론조사를 맡은 한국리서치가 요약본 수치를 뒤바꿔 기재하는 실수를 했다고 하나 이를 제대로 확인 못한 한나라당은 허수아비로 경선을 관리한 꼴이다.
한나라당 경선 관리 실무자들은 지사 후보 경쟁을 줄곧 지켜봐 왔다. 따라서 그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던 정 후보를 꼴찌로 기재한 한국리서치의 보고서에 대해 당연히 의심을 가졌어야 했다. 실수를 한 요약본과 제대로 집계한 종합본을 대조하는 기본적인 확인 작업도 안 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 지역을 맡겨달라고 호소하는 정당이 이 정도로 허술한가. 이런 실수를 보면 이 지역 곳곳에서 한나라당 경선을 '짜고 친 사기극'이라고 몰아세우는 비난이 공연한 게 아닌 것 같다.
여론조사 기관의 실수 또한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그러잖아도 선거철마다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의 신빙성을 놓고 말이 많은 판 아닌가. 여론조사를 누가 의뢰했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춤추고 순위가 달라지는 경우를 적잖게 목도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의 생명은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다. 한국리서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 수 없다.
이번 소동은 모처럼 축제 분위기로 치른 한나라당 경북도지사 경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당사자인 정 후보의 명예는 물론, 당선의 영광을 안은 김관용 후보에게도 피해를 준 셈이다. 무엇보다 경북 도민에게 불미스런 선거의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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