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머니, '감전사' 아들 시신 앞에서 '통곡'

"'엄마'라는 말 한마디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동대구역 내 고압선에 감전돼 숨진 박모 군(22일자 4면 보도)의 장례식이 얼린 25일 대구 동구 신암동 미래 효병원. 뒤늦게 달려온 엄마는 시신을 끌어안았다.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지, 왜 벌써 가버렸니…. 조금만 기다려주지…."

변변한 화환도, 떠들썩한 조문객도 없는 쓸쓸한 장례식. 엄마는 울고 또 울었다. 엄마 김모 씨는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태.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97년부터 복역 중이다.

그러나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한번만 보게 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특별 귀휴가 이뤄졌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손끝조차 닿지 않는 철창 너머로만 지켜봐야했던 김 씨. 그녀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했다."며 뜨거운 울음을 끝없이 토해냈다.

김 씨는 "아이는 숨지는 그 순간까지도 내가 엄마가 아닌 작은 엄마인 줄만 알았다."며 "1주일 전에 꼭 작은 엄마를 보러 가자며 몇번이나 약속했다던데…."라고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 씨의 장례식 참석은 지난 23일 박 군의 빈소를 조문한 이재용 열린우리당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법무부에 요청해서 이뤄졌다.

새벽길을 달려 장례식이 열리기 1시간 전인 오전 10시에야 법무부 직원 2명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한 김 씨는 장례식이 열리는 동안 수차례나 혼절했다. 어린 아들을 허망하게 보낸 데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법무부 직원들도, 장례식장 직원들도, 취재진도, 박 군의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은 이날 약속이나한듯 울움보를 터뜨리고야 말았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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