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이야기] 발코니 확장의 문제점

공동주택 발코니는 대피 공간일뿐 아니라 계절 변화에 따른 실내와 외기와의 온도차와 소음조절의 역할, 바람의 완충 공간, 장독대와 빨래걸이를 두는 작은 안뜰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의식과 삶의 방식의 변화는 발코니의 쓰임을 점차 변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첨단 가전들은 싱크대 사이로 맞춤식이 되면서, 더 이상 외기가 필요치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건조한 실내환경을 보완키 위한 화단과 분수들이 실내를 점유하면서 발코니 공간을 여러 용도로 변화시켰다.

건설회사들도 이러한 시대 흐름에 따라 가구당 한 개 이상의 발코니를 제공하고 있고 심지어는 1가구에 10평 이상을 확장해 분양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발코니 확장이 불법이었던 시절에도 좁은 방의 확장, 서재나 작업 공간, 실내화단 등 변모된 발코니의 활용사례는 거의 대중화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불법 확장 단속이라는 강한 규제로 현실과의 심한 괴리가 발생했고, 끊임없는 민원의 요인이었던 발코니 개조 및 확장에 대한 건축법이 변경되면서 발코니 공간은 다양한 평면 연출로 이어져 분양심리를 자극, 시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준공과 철거, 확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말미암아 자원낭비가 심각했던 만큼 발코니 확장 합법화 발표에 대해 소비자는 적잖이 환영했고, 구조안전상의 위험을 내재한 채 확장됐던 그간의 부작용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발코니 확장은 에너지 소비의 증대와 서비스 면적의 전용면적화라는 문제들로부터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으며, 새로운 문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현실적인 대피공간의 확보가 그 하나이며, 과거 공유면적과 서비스 면적에 포함됐던 발코니의 과중한 면적 확장을 막기 위해 마련된 초과 면적의 전용 면적화가 그것이다.

중대형 주택이라면 거의 드러나지 않을 단 몇 평의 소중한 변화가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소규모 주택에서는 오히려 예전보다 실제 전용면적이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해 어쩌면 서민들의 주택 마련의 꿈 마저 축소시켜버릴 지도 모른다.

건축인의 한사람으로서 서민을 위한 정책이 더 좋은 후속 조치들로 이어져 기준과 제도들이 꼼꼼하게 정비되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명환 정건사 건축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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