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하늘은 '거미줄'…지중화 '지지부진'

26일 낮 대구 중구 교동시장. 시커먼 전선 가닥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전신주 1개에 걸쳐진 전선이 너무 많아 일부 전선은 축 늘어져 있었다.

컴퓨터 부품을 사러 왔다는 최현종(26·대학생) 씨는 "건물 사이, 골목 사이 마다 수많은 전선이 공중을 가로질러 하늘을 올려다 보면 어지럼증부터 난다."며"행여 전선이 끊어져 감전사고라도 일어날까 불안했다."고 했다.

도심 하늘을 어지럽히는 전선이 신종 공해로 떠오르고 있다. 전력선에다 최근에는 인터넷에다 케이블TV 등 각종 통신선로가 급증하면서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

이에 대구시는 올해 전선에 대한 전면적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활발한 도심에 얽히고 설킨 전선 지중화사업에도 불구, 대구는 아직 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행정당국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은 이달 밀리오레 뒤편 교동과 동문동, 완전동의 전선 실태조사를 벌여 64개 전신주에 한국통신, 대구케이블, (주)큐릭스 대구방송 등 3개 사업자가 자사 선로를 걸쳐놓은 것으로 확인했다.

구청측은 "전선을 사용하는 업체가 정비비용을 부담, 늘어진 선은 당기고 같은 기능을 함에도 여러개로 분산된 선은 업체별로 통합하는 등 최대한 전선을 줄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구청도 오봉로(원대오거리~노원네거리 사이) 1.2㎞ 구간을 정비 대상구역으로 선정, 이달 전선 사용업자들과 실태조사를 벌였다.

북구청은 이 곳 50개 전신주를 사용중인 한국전력, 파워콤, 대구중앙케이블TV북부방송 등에게 정비계획을 세우도록 요구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올해 약 25억 원을 들여 중·북구 일부 지역 전선을 정비할 계획"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중화인데 여기에는 대구시가 절반정도 비용분담을 해야 각 업체들도 비용부담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측은 "각 업체가 나서 전선을 정리토록 유도할 뿐 대구시가 재정을 투입할 여력은 없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대구대 홍경구 교수(도시·지역계획학과)는 "충북 제천시 같은 소도시도 전선 지중화작업을 했는데 대구는 돈이 없다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각 구청이 업자들에게 전선정비에 나서도록 하고 대구시는 지중화 사업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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