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IA 테러 용의자 불법납치·감금 책임"(

EU 조사위 중간보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유럽 영토에서 비밀 수송기를 1천 회 이상 운항했으며 이중 일부는 테러용의자들을 옮기는데 사용했다고 유럽의회 조사위원회가 26일 밝혔다.

유럽연합의 회원국들도 유럽영토에서 CIA의 테러용의자 납치, 이송 및 구금을 묵과함으로써 인권을 위반했다고 조사위는 지적했다.

조사위는 이날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파바 의원이 작성한 중간보고서에서 " 유럽항공안전기구인 유로컨트롤의 운항일지를 조사한 결과 CIA가 유럽에서 1천 회 이상 비밀 비행기를 운항했으며, 테러용의자들을 고문을 통해 심문한 국가들로 옮기는데 자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CIA는 몇몇 사례들에서 EU 회원국들 영토 내에서 테러용의자들을 불법 납치하고 감금한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파바 의원은 "EU의 많은 회원국들도 CIA 비밀 비행의 목적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 등 묵인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 스웨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자국 영토 내 CIA 활동에 대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보기관은 이집트 출신 테러용의자 2명을 고문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 CIA에 넘겼고, 보스니아 당국은 6명의 용의자를 대법원의 판결과 달리 CIA에 인도했으며, 이탈리아 당국도 테러 용의자 아부 오마르를 밀라노의 거리에서 납치한 후 독일에서 이집트로 옮긴 CIA의 계획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CIA의 불법 구금 및 고문 사례의 하나로 지난 2003년 마케도니아에서 체포돼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져 5개월간 불법 구금된 후 풀려난 레바논계 독일인 칼레드 엘 마스리 사건도 들고 있다. 마스리는 조지 테닛 CIA 전 국장 등에 대해 불법 구금과 고문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CIA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인권활동가들로부터 50시간 이상의 증언을 포함해 지난 3개월간 조사위 활동을 중간 결산한 것이나 유럽평의회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정황증거 외에 CIA의 불법활동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진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유럽의회 조사위는 27일 마케도니아를 방문해 CIA의 마스리 납치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5월 초 워싱턴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포터 고스 CIA 국장 등을 상대로 증언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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