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을 구성하는 네 가지 기본요소가 있습니다. 지(地), 수(水), 화(火), 풍(風)입니다. 전래의 민화기법을 현대회화에 도입, 이 네 가지 기본요소를 주제로 연작그림을 그리는 한국화가 윤옥순 씨. 그는 빠른 붓질의 이미지와 단순화 된 형상, 의도적으로 갈라지게 그린 갈필(붓에 물감을 많이 묻히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일)의 화면을 통해 만물의 근원을 조형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 화면의 구성과 여백의 활용에서도 매우 동양적일 뿐 아니라 색채사용에서도 무채색 계열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즐깁니다.
동해안의 칠포 바닷가가 훤히 보이는 파인비치호텔(포항시 흥해읍 칠포리) 1층 중식당 '하오츠'에서 그의 미술세계와 음식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화가가 보는 주변에 대한 느낌과 사물에 대한 시선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르다.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그렇다. 가장 먼저 분위기를 살핀다. 푸른 바다의 창랑한 수평선과 실내의 인테리어가 본인 스타일과 맞으면 일단 합격점이다.
다음은 눈으로 음식을 평가한다. 식탁보와 냅킨, 수저 차림새, 그릇모양 등이 회화적인 조형미와 어울려야 한다. 여기까지 좋으면 이번엔 코로 음식을 맛볼 차례.
재료의 신선도와 요리사의 정성이 깃들어 있다면 향긋한 풍미가 코를 찌른다. 식욕이 불끈 솟는다. 남은 것은 입으로 맛을 보는 일. 이미 시각과 후각적인 만족을 얻은 터라 미각은 먹고 싶은 충동을 채워주면 그만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값비싼 레스토랑에서나 할 일은 아니죠. 가정에서도 간단한 식탁보 하나로 얼마든지 훌륭한 식사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지난 2월 고향인 흥해에서 생애 열다섯 번째 전시회를 열었던 윤 씨는 그 때 숙식을 했던 곳이 파인비치호텔의 전경과 이 곳 중식당에서 바라다 본 칠포 앞바다의 풍경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여고 동창들에게 열심히 산 모습을 보여주게 돼 기뻤고 친구들도 날 인정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는 윤 씨는 "평소엔 한식과 채소를 즐기지만 이 곳 하오츠의 음식이 입맛에 맞아 자주 찾게된다"며 살이 찔까 걱정인 표정이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해수욕하러 이 곳까지 맨발로 걸어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곤 했었는데 그땐 어찌 그리도 모래밭이 뜨겁던지…."
햇살에 그을린 어린 소녀가 중년의 나이에서 보는 칠포 앞바다의 감회가 새로운지 연신 들뜬 표정이다.
윤 씨는 작품을 구상하기 앞서 조형적인 실험을 많이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물 시리즈를 구상할 땐 물과 친해지기 위해 스킨 스쿠버도 10년간 했을 정도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에 성큼 다가서기보다 무엇을, 어떻게, 왜 미술적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고민한 후 작업에 드는 윤 씨는 그래서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많은 선 작업의 산물을 버린다고 했다.
"작가는 체험이나 여행은 물론 정신이 자유로워야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작업과 고뇌 덕에 그는 '이브 너의 이름은 아내가 아니었다.'라는 소설을 내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는 음식을 담은 접시도 화려한 무늬가 있는 것보다 흰색이나 아이보리계통의 민무늬 접시가 훨씬 정겹게 느껴진단다. 무색의 깔끔함이 음식을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지수화풍'의 연작 시리즈 중 최근 윤 씨가 관심가진 분야는 화(火). 처음엔 불(火)을 꽃(花)으로 대체해 구상해보았으나 무언가 미진한 점이 있어 요즘엔 불에 대한 조형적인 실험과 불교적 양식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불의 형상을 그는 어떻게 미술적 언어로 환원할까. 몹시 궁금하다.
◇하오츠
포항시 북구 흥해읍 칠포리 파인비치호텔 1층 중식당 '하오츠'는 퓨전식 중화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
게살생선두부, 북경오리, 유산슬 등 단품메뉴를 비롯해 다양한 코스요리 등 30~40가지 요리를 대만요리경연회에서 수상경력을 있는 주방장이 직접 만들어 낸다.
특히 이 곳은 탁 트인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식사 후 호텔 뒤편 해송 사이로 난 오솔길을 산책할 수 있다. 가족단위를 위한 스페셜 런치인 점심코스정탁도 마련돼 있다. 문의:054)262-5600.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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