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번 와 보이소!] 서울 테헤란로 '한국기술투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중심가에 한국기술투자라는 벤처기업이 있다. 벤처라는 용어조차 생소하게 여겨지던 지난 1986년 설립돼 국내 처음으로 50억 원의 벤처투자 조합을 결성하는 등 그동안 벤처투자 패턴을 선도해 온 기업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코스닥 벤처캐피털 중 투자조합 및 투자주식이 가장 많은 우량기업으로 평가한 곳이다. 지난해 100억 원 순이익 달성에 이어 올해는 200억 원 이상이 무난할 것으로 평가된다.

김형기(51) 사장을 비롯해 핵심부서인 벤처1·2부 이사가 모두 대구 출신이다. 김 사장은 경북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공학도. 또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쪽을 담당하는 벤처 1부의 윤건수(42) 이사는 성광고를,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벤처2부 김지훈(40) 이사는 계성고를 졸업했다.

지역에서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를 원하는 분들은 대명동 토박이 김 이사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는 섬유산업 등 대구의 기존 산업에 투입된 자금이 일부 계층에 편중돼 있고, 편중된 돈이 돌지 않아 다른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대에서 제어계측학을 전공한 그가 처음 벤처캐피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선진국과는 다른 환경 때문이었다. 똑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미국의 임금은 한국의 수십 배를 넘었다. 이러한 환경이 훌륭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한국이 벤처기업 경쟁력을 스스로 상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직접 고쳐보기로 한 것. 지금은 선진국들과 대우면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 등 한국기술투자가 벤처캐피털 환경을 바꾸는데 크게 일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벤처 거품이 빠져 시장이 혼란스러웠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벤처캐피털은 능력은 있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도구'라는 공공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어려울 때일수록 정공책을 썼고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더 노력했다.

유망하지만 자본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면이 힘겹기만 한 중소기업들을 발굴해 자금을 제공했고, 현재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 업체로 키워 놓은 중소기업만도 부지기수다.

김 이사를 비롯한 3명의 대구 출신 간부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표현한다. 남의 돈을 만지기 때문이다. 10건을 투자하면 망하는 곳이 반드시 1, 2군데 있다. 그러면 대박 낸 것은 당연시하고 손해 본 것에만 말들이 많다. 그래서 "남의 돈 1만 원을 내 주머니 10억 원으로 생각한다."는 게 이들의 모토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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