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납북고교생 어머니, "우리 아들이 살아있다구요?"

"살아있다고요? 우리 아들 민교가 살아있다구요?"

1977년 8월 전남 신안 홍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이민교(당시 18세.평택 태광고2년)씨의 어머니 김태옥(75.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씨는 아들이 북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서는 믿어지지 않는 듯 계속해서 되물었다.

김씨는 "1995년 붙잡힌 남파 간첩을 통해 아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긴 들었지만 실제로 살아 있다고 하니 막상 믿어지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닦았다.

4남매 중 둘째였던 아들의 갑작스런 실종은 단란했던 가정을 한순간에 파국의 길로 몰아넣었다.

이씨 아버지는 실종 초기 '아들이 섬에 팔려가 죽어라 일만 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흑산도, 제주도 등 서.남해 섬들을 이잡듯 뒤지고 다녔다.

그 때 얻은 병이 중풍으로까지 악화돼 6년간 고생하다 1991년 결국 아들을 만나지 못한 채 숨지고 말았다.

"눈을 못 감고 돌아가셨죠. 이제 나라도 민교를 보고 죽어야 할 텐데..."

김씨는 남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씨는 "이제 살아있는 게 확인됐으니 하루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면서도 "아들도 북에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을 테니 굳이 남쪽에 내려와서 살지 않더라도 상봉만 성사될 수 있다면 좋겠다"며 끝까지 아들의 행복을 빌었다.

"다 커서 실종됐으니 지금 만난다고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거여요. 우리아들이 잘생기고 키고 크거든요."

아들의 실종 후 30년 가까이 가슴에 멍울 졌던 한이 아들의 생존 소식에 어느정도 풀리는 듯 김씨는 설레는 목소리로 아들과 재회의 날을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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