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전국 5개 고등법원에 상고부 설치를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끝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일단 무산됐다. 통상 각 부처의 예산안은 5월 말까지 기획예산처에 제출돼야만 6월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되는데 이 일정 준수가 불가능하게 돼 버린 것.
법사위는 27일 전체 회의를 열어 법원조직법 등 상정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한나라당이 사학법을 연계시켜 상임위 일정을 거부하는 바람에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6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라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를 설득해 예산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6월 임시회는 하반기 원 구성 문제 때문에 여야 격돌로 일정 자체가 제대로 잡히지 않을 공산이 크고, 새로 구성되는 일부 법사위원들이 법안 연구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내년 3월 고법 상고부 설치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 돼 버렸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당리당략을 이유로 사법분권을 실현할 수 있는 법원조직법을 내팽개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다 대구·경북 출신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방 고법상고부 설치에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이 특히 거세다.
당장 대구고법을 비롯한 전국 5개 고법은 상고부 개설을 예상하고 사무실 준비 등에 박차를 가해 왔으나 일손을 놓은 상태다. 대구고법관계자는 "사개추위가 2년여에 걸쳐 상고심 강화 방안을 마련할 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청사 개설과 법관 인선 등을 본격화 해야 하는 시점에 일방적으로 법안을 무산시키는 것은 국회의원의 양식을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변호사회나 지방분권운동 등 시민사회단체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지방변협을 대표해서 국회 공청회에 참석했던 장준동 변호사는 "국회가 수도권 변호사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상고부 설치건을 백지화시키고 대법원 이원화 방향으로 갈 공산도 있다."며 "서울고법 상고부 설치건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의도적으로 전체 고법 상고부 설치 타당성 논란으로 초점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조진형 상임대표는 "지역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방분권운동의 공개질의서에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더니 결국 법안을 무산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