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실질심사가 검찰과 변호인단의 열띤 공방을 거쳐 5시간30분 만인 오후 3시30분께 끝났다.
이종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실질심사에서 정 회장은 주요 혐의를 부인하거나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 비켜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비자금 1천300억원 조성 혐의에 대한 판사의 심문에 "비자금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모른다. (검찰이) 결과적으로 개인적으로 쓴 것으로 나왔다고 하지만 대선자금에 쓴 것 말고도 회사 경영을 위해…"라면서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 기간에 비자금 200억여원을 집중 지출한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을 통해 "이미 과거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수사가 다 된 사항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빚을 갚기 위해 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정공 등 계열사들이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강요, 결과적으로 3천억여원을 떠넘긴 혐의를 놓고도 반박논리를 폈다.
정 회장은 "당시 정부의 '빅딜 정책'에 따라 대기업들이 채무를 해소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유상증자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계열사의 유상증자를 해야 할지, 부채비율은 얼마로 조정해야 할지 등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 실무자들이 알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문 내내 검찰은 '재벌 총수라도 죄질이 나쁘고 횡령·배임 액수가 큰 만큼 원칙대로 구속해야 한다'며 공세를 폈고 변호인측은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구속시 그룹 경영과 대외신인도에 치명타를 입는다는 점을 들어 불구속을 주문했다.
이날 실질심사는 통상 시작 시간보다 이른 오전 10시에 시작해 낮 12시20분까지 진행한 뒤 점심 식사를 위해 중단됐다가 오후 2시에 속개돼 3시30분 종료됐다.
오전에 열린 영장 심사가 점심 시간을 훌쩍 넘어 5시간30분씩 진행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주요 피의자의 실질심사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정 회장측 변호인단에는 부산고법원장 출신의 김재진 변호사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김덕진 변호사, 대검 중수부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로 들어간 이병석 변호사 등 6명이 참여했다.
검찰은 심사 종료 직전 의견 진술을 통해 "이번 사건은 법과 원칙을 천명한 대표적인 사례로, 법원이 용기를 갖고 판결해 달라"고 주문했으며 변호인측은 "현대차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범죄 유무는 사법부가 결정하는 것이다. 불구속 재판의 대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몽구 회장은 실질심사의 마지막 절차로 진행된 피의자 의견진술에서 "(앞으로)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하겠습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종석 부장판사는 "양쪽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고 현대차는 국내 두 번째 규모의 큰 기업인 점을 감안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한 뒤 심사를 끝냈다.
피의자인 정 회장이 주요 혐의를 부인한 데다 수사기록이 방대해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