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낱 희망도 무산"…현대車 경영공백 현실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끝내 발부됨에 따라 그룹의 경영공백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에 따라 법원의 영장 기각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기대가 무산됨으로써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결국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 만큼 조만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등 흐트러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고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임직원들 '충격' '망연자실' =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총수의 구속만은 막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고 영장이 청구된 이후에도 실질심사에서 법원의 선처가 있기를 기대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일부 임직원들은 밤 늦도록 서초동 법원앞에서 대기하며 정 회장이 걸어나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결국 법원이 영장을 발부, 이날 밤 구속 수감되면서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됐고, 현대차그룹의 앞날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 지 눈앞이 깜깜하다"면서 "해외공장 건설 등 굵직한 현안들은 올스톱될 것"이라고 망연자실해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 내부의 노력과 각계의 선처 탄원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충격과 절망감을 느낀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퇴근도 하지 않은 채 밤늦게까지 양재동 본사 사무실을 지켰던 임직원들도 TV를 통해 정 회장에 대한 영장 발부와 구속 수감 사실을 지켜보면서 대부분 말을 잊은 채 충격과 허탈감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다.

◇ 경영공백 현실화..비상경영 불가피 = 정 회장의 구속으로 현대차는 향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프로젝트는 정 회장의 결단과 추진력에 의해 수행돼 왔기 때문이다.

우선 산적한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그 여파는 나타나고 있어 기아차 조지아주 공장과 현대차 체코 공장 착공 식이 무기한 연기된 데 이어 기아차의 동남아 CKD(현지 조립생산) 공장 건립계획도 백지화됐다.

또한 만도 인수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 등 국내 주요 현안들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룹 총수의 구속으로 현대차의 대외 이미지와 신뢰도도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판매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당분간 김동진 총괄부회장을 주축으로 각 본부장 책임하에 일상적인 업무만 처리하는 보수적 경영을 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다.

그러나 그룹 총수가 자리를 비우게 된 만큼 현대차그룹은 당장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정의선 사장 또는 김동진 총괄부회장 대행체제나 계열사 사장단 이상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본부장 전결로 가능한 일상적인 업무만 진행할 뿐 회장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은 전면 보류"라며 "아직까지 그룹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거나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할 계획은 세워놓고 있지 않지만 조만간 계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현대차는 수 차례 미숙한 대응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있어온만큼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정 회장은 검찰과 협의없이 갑작스레 미국 출장을 떠나 검찰을 자극했고, 정의선 사장의 소환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사회공헌방안을 발표해 검찰과 딜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결국 제대로된 보좌진이 없었다는 얘기고 이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일단 정 회장이 구속은 면치 못했지만 그의 나이(68)나 건강상태 등이 감안돼 향후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을 통해 조만간 풀려날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고대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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