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차 간호사인 서은정(36·여) 씨는 직장(대구의료원) 내에 어린이집이 생기면서 지난 6년여 동안 눌려왔던 육아의 고민에서 벗어났다. 남자 아이 둘을 낳아 첫째(7)는 친정에, 둘째(4)는 시누이 집에 맡겼는데 야간 근무가 많은 병원 특성 탓에 남편은 물론 부모와 시누이 보기가 민망했던 것. 서 씨는 "육아 스트레스가 줄자 일에 더 몰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기업체마다 '가족친화경영'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직원의 가정과 가족들을 챙김으로써 직원들의 충성도와 업무 몰입도를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
한국델파이는 최근 신입사원 64명의 부모를 초청, 회사를 소개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부모에게는 자긍심을, 신입사원들에게는 애사심을 심어주려는 전략. 또 매년 여름방학에는 직원 자녀들을 불러 회사 투어를 시키고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갖는 등 가족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성서공단 태창철강은 직원 가족에게 강아지를 분양하거나 문화공연 관람티켓을 주고 정기적으로 부부동반 모임을 여는 등 가족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이 회사 나윤정 차장은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의 경영방침"이라며 "창립 6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노조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직원이 30명인 IT업체 인트모아는 법정 주5일제 시행대상이 아니지만 지난 해 7월부터 토요 휴무를 전격 실시했다. 가족과의 시간을 선물하기 위한 것. 김명화 대표는 "가족과 함께 보낸 주말이 활력소가 돼 애사심이나 업무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대구은행은 올해부터 매달 첫째, 셋째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했다. 이 날은 오후 6시 30분이 되면 모든 사원들이 일손을 놓고 은행 문을 나서 가족의 품으로 향해야 한다. 이 은행 김호 차장은 "아내와 함께 영화, 연극 등을 관람하거나 근교로 나가 전통찻집, 허브농장, 갤러리 등을 찾는다."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고, 특히 전업 주부인 아내가 너무 좋아해 가정의 화목도 찾았다."고 했다.
공공부문에서도 '가족친화적 조직 운영'이 시작돼 대구경찰청의 경우, 범인검거 유공자 시상식 때 유공 경찰관 가족을 동석시켜 김석기 청장이 직접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여성 근로자들을 위해 직장에 보육시설을 설치한 곳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에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업장은 모두 22곳. 2003년 이후에만 14곳의 사업장에 어린이집이 새로 설립됐다.
계명대 경영학과 최만기 교수는 "조직 충성도와 업무 몰입도가 높은 기업을 조사해보면 공통점이 바로 가족친화경영"이라며 "직원의 가정을 챙기는 일은 단기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과 높은 업무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기현(울산 남을) 의원은 최근 가족친화경영을 도입한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 가족친화기업 인증제 등을 골자로 하는 가족친화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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