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살과의 전쟁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마른체형이다. 다른 인종에 비해 살이 잘 찌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은 식생활 습관이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찌는 살 때문에 고민이다. 어느새 늘어난 허리 때문에 이전에 끼우던 허리띠 구멍이 한 칸씩 뒤로 후퇴할 때마다 허물어지는 듯한 자신을 바라보며 예전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남자들은 살이 좀 있어야 보기가 좋지." "너무 야위면 성격이 모가 나 보여."라는 말을 들으면서 불어나는 자신(自身)을 정당화해 보기도 하지만, 풍성해진 몸매를 새삼 확인하고는 "이게 아닌데"라며 금세 얼굴이 어두워진다.

허물어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실제 '살'들은 오랜 시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몸 주변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만큼 몸을 원상 복귀시키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조급한 마음 때문에 쉽지가 않다.

더러는 성형외과에 와서 몸에 있는 지방을 빼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도 있다. 지방흡입은 그럴 때 하는 수술이 아니다. 운동으로도 못 빼는 부위를 교정해주는 수술인 것이다.

우리가 아끼는 저녁문화는 애시당초 '살과의 전쟁'을 내포하고 있다. 아무리 능력있고 일 잘하는 사람이라도 저녁 회식자리에 빠지면 '인간미가 없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능력이 조금 떨어져도 술자리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한턱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 좋다'는 찬사가 붙고, 웬만한 잘못도 용서해 주는 '좋은 풍습'을 가진 우리다. 이틀이 멀다하고 생기는 회식. 그것이 시간과 건강을 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TV를 보면 건강에 좋다는 식품과 약품 광고들로 홍수를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동안 팔리는 건강식품이 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건강식품도 한 시간의 운동보다 못한 법이다.

저녁 늦게 먹는 음식이 우리 몸속에 들어가서 얼마나 많은 살로 변할까. 먹는다고 돈 쓰고, 살 뺀다고 돈 쓰고.... 일주일에 회식을 한 번이라도 줄이고 춘색(春色)이 완연한 신천변 둔치를 걸어보자. 월드컵공원의 무료 에어로빅 댄스에 참여해보자.

저녁 시간 앞산에라도 가볍게 올라보자. 담배연기 자욱한 저녁 회식자리 대신 상쾌한 공기가 있는 산이나 공원에서, 돈 안들이고,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박재우(경북대 성형외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