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김상연 작 '봄'

김상연

사내가 몇 날 며칠

잡초 뽑고 자갈을 골라내더니

쟁기로 나를 갈아엎었습니다

그날 이후, 피가 도는지

가슴이 울렁거리고

젖망울이 서더니

새싹이 하나, 돋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의 결 다질 겨를도 없이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이것이 보편적 생각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인간의 순결한 노역에 의해 봄이 온다고 했다. 즉 '사내가 몇 날 며칠/ 잡초 뽑고 자갈을 골라내'는 그리고 '쟁기로 나를 갈아엎'는 노역이 있어, 비로소 봄이 열리는 것으로 노래하고 있다. 봄을 인간화하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나'는 봄의 모성(母性)인 '땅'의 의인화로 읽힌다.

그렇다. 인간의 노역에 의해 봄을 이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적 리듬에 인간의 호흡이 어떤 형태로든지 작용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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