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늘어나는 여죄…경찰 증거확보 부심

'연쇄살인범' 18건 자백에 증거는 단 2건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 피의자 정모(37)씨가 여죄를 속속 자백함에 따라 그의 범행 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명확한 직접증거는 2건에 불과해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1일 현재 서울 동대문구 지역에서 살인.상해.방화 등 3건과 경기도 군포시에서 우유배달부 살해 2건 등 5건의 여죄를 추가로 자백해 정씨의 범행은 총 18건에 피해자는 사망 8명을 포함해 모두 23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17건의 각종 범죄에서 20명을 살해한 뒤 2004년 7월 경찰에 붙잡힌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의 경우보다 피살자 수는 적지만 범죄 건수는 더 많은 것이다.

정씨의 여죄가 늘어나면서 경찰의 '공적' 역시 커지고 있지만 수사팀은 늘어난 범죄 건수에 마냥 희색을 띠지는 못하고 있다.

경찰이 '확인했다'고 발표한 범행의 상당수가 정씨의 자백과 정황만 토대로 한 간접 증거로 파악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정씨의 여죄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지난달 23일 이후 '유사수법 미제사건 제시→여죄 추궁→자백→자백내용 현장확인'의 과정을 거치며 여죄를 확인하고있지만 총 18건의 범행 중 증거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현장에서 체포된 마지막 범행을 포함해 2건에 그친다.

경찰은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둔기(파이프렌치) 에서 채취한 혈흔이 3월 '세자매 피습사건'의 피해자 중 1명, 지난달 22일 신길동범행 당시 피해자 김모(24)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경찰은 정씨가 추가 자백했다고 발표한 5건의 범행 중 4건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자상(刺傷)과 일치하는 흉기를 정씨 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동종 흉기가 셀 수없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흉기의 증거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증거 확보에 대한 부담은 3일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의 '바통'을 이어받는 검찰에도 마찬가지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강력사건의 경우 재판에서 예상 형량이 높기 때문에 증거 확보 여부가 중요하다"며 "남은 수사 기간 증거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 수사를 맡고 있는 영등포경찰서 정철수 서장은 "수사기법 노출과범죄 모방의 우려 때문에 아직 언론에 발표하지 않은 증거물도 많이 있다"며 "피의자 집에서 발견된 옷가지와 흉기를 국과수에 의뢰한 만큼 추가증거 확보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정비용 공구와 옷가지 등 35점에 대해국과수가 감정 중이며 지난달 30일 피해자 집 압수 수색에서 확보한 흉기 2점 등 5점의 물건에 대해서도 추가로 감정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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