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日 공무원 지원현황 경제상황 극적 대비

韓 9급시험 경쟁률 치열, 日은 호황으로 지원자 격감

최근 한국과 일본의 경제상황이 공무원 지원현황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돼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최근 경기가 호황으로 반전되면서 현행 채용제도가 도입된 이래 올해 공무원 지원자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한국은 경제 양극화의 영향과 심각한 청년실업률을 반영하듯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국경제의 경제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韓 9급 경쟁률 IMF위기 때보다 높아

4일 한국 중앙인사위원회와 일본 인사원에 따르면, 한국의 2005년 9급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84대 1로 외환위기로 사회.경제적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8년의 80대 1보다도 높았다.

작년 5급과 7급, 9급 국가직 공무원의 지원자도 26만6천282명으로 공무원 지원율 통계가 확인된 28년 전인 197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작년 지원자는 1977년의 10만9천900명에 비해 142.3%인 15만6천382명이나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 취업준비생이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경제여건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직업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부의 한 공무원은 "공무원 채용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게 아니다"면서 "사회가 발전하려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민간분야로 활발하게 진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모습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 경쟁률 경제상황과 '반대'

경제상황과 공무원 경쟁률은 정반대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인사위의 1977년부터 2005년까지 9급 공무원 경쟁률 분석에서 확인됐다.

외환위기를 맞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85%를 기록했던 1998년 9급 공무원 경쟁률은 반도체 호황기였던 94-95년의 44대 1의 2배 수준인 80대 1을 기록했다는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무원 경쟁률이 14대 1로 가장 낮았던 1989년과 1990년의 경우도 경기 호황의 영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1989년은 국제유가, 국제금리, 달러가치 하락 등 3저 호황기인 1986년과 1988년의 경기호조의 영향으로 민간기업의 성장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반영됐고 1990년도 일산과 분당개발 등 건설경기에 따른 내수 호조가 공직보다 민간 부문으로 취업준비생들이 몰리게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3저 호황기인 1986년부터 88년에는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여건과 고용불안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취업준비생들이 안정성만 최우선 가치로 삼는 모습은 우리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중대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위원은 "과거 실업률은 추세적으로 낮아져 긍정적인 면이 많았지만 지금은 청년 실업과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노후대책 등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고용보장과 연금혜택 등에서 안정성이 높은 공직으로 몰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日 21년 만에 공무원 지원자 최저

일본은 올해 1종 공무원 응시자가 2만6천282명으로 현행 채용제도가 1985년 도입된 이후 21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일본의 1종 공무원 시험응시자는 불황기인 1996년 4만5천254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4천844명이나 줄어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89년 2만7천243명보다 더 적어 최근 일본경제가 호황국면임을 실감케 했다.

현재 일본의 경제는 2002년 2월부터 경기확대 국면이 시작돼 4월까지 만 51개월째 지속되면서 전후 두 번째 장기호황인 80년대 말 거품경제기의 기록을 넘어섰고 전후 최장기 호황기록인 이자나기 경기의 57개월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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