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로드 무비(2002)

아내와 자식을 둔 영화의 주인공 대식은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성향을 자각하면서, 가족을 등지고 거리로 나앉는다. 공중 화장실 거울에 비친 초췌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순탄하지 못한 운명을 탓해보지만, 이미 자신은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임이 분명해질 뿐이었다. '나는 왜 동성애자일까' 라는 의문과 자신을 저주하면서 자기처벌적인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그에게 삶의 이유가 찾아온다.

회사와 아내에게 버림받고 자살을 선택했던 한 젊은이를 구해주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동성에 대한 어떤 호기심도 없는 연인에 대한 짝사랑은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현실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술과 마약에 의지하는 연약한 애인을 돌보아주는 대식의 사랑은 어떤 사랑보다도 헌신적이고 숭고했다. 사랑을 소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사랑을 위해 죽으리라는 처절함으로 뜨겁게 사랑하고 죽어갔다.

이 영화에서는 성적 소수자들이 주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불가항력의 목소리를 려준다. 우리 사회는 이성애와 동성애, 같은 것과 다른 것에 대한 뿌리깊은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하인스 워드를 계기로 혼혈아에 대한 인식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듯이, 또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 성적 소수자인 동성애자에 대한 오해도 많았다. 동성애자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이나 가정환경 탓이다, 많은 여자 형제 사이에서 자란 남자 아이는 여성의 행동을 학습하게 되어 게이가 된다'는 등의 정신분석학적인 원인설은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책임을 가중시킨 것이 사실이다. 동성애자는 성적 변태나 사회적 무능력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동성애자 스스로도 자신이 왜 동성애자인지, 왜 일반이 아닌 이반으로 살아가야되는지 고민하는 인격체들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장애자에 대한 편견, 동성애자 혼혈아 등 주류 중심의 이분법적 사고 틀을 벗어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김성미 마음과 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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