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부해수욕장 백사장 변화 영일만항 탓?

요즘 포항에서는 북부해수욕장 백사장 모래가 관심꺼리다. 어떤 이는 "백사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모래유실이 심각하다."고 한다. 어느 쪽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두 주장이 모두 맞다. 길이가 2㎞ 남짓한 같은 해수욕장 내 백사장의 모래가 북쪽은 줄고 남쪽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넓어지는 남쪽=해수욕장 남쪽 끝 부분인 여객선 선착장 근처에서 3분의 2 지점인 로데오타워 앞까지 총연장 1.5㎞의 백사장은 바다까지 평균 100m가 넘는다. 눈으로 보기에도 지난해 이맘때보다 확실히 넓어졌다. 매일 이 곳에서 운동하는 최원옥(44·우현동) 씨는 "백사장 면적이 어제보다 오늘이 더 넓어졌다고 해도 과언 아닐 정도로 매일 매일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욕장 관할 북구청의 이명복 문화공보 담당도 "남쪽 백사장은 분명히 크게 넓어졌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쪽 부분 모래량 증가세는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도 지난해 9월 태풍 '나비' 내습 이후 북부해수욕장에는 모래가 많이 쌓여 백사장 면적이 넒어졌다고 밝혔다.

◆깎여나간 북쪽=북쪽 끝부분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남쪽 끝부분 보다 좁긴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넓은 백사장이 있었는 데 지금은 인도 바로 아래쪽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백사장은 사라져 버렸다. 주민 최원영(39) 씨는 "그 넓던 백사장이 다 어디로 갔는 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걸핏하면 해변도로가 파도를 맞아 쓸려나가 현재도 도로보강 공사가 진행중이다. 급기야 포항시는 최근 환호항 물량장 공사장에서 나오는 덤프트럭 400대 분량의 모래를 이 곳에 쏟아 부었지만 일부 공무원들 마저 "며칠도 안돼 파도에 쓸려나갈텐 데 효과가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각이다. 어쨌거나 로데워타워 맞은편 하수구 수문을 기점으로 남북을 칼로 자른듯 백사장이 한쪽은 넒어지고 한쪽은 좁아지는 현상이 지난 1년여 만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의심받는 영일만항=북부해수욕장 백사장 변화를 두고 인근 상인과 시민들은 포스코를 의심하고 있다. 제철소 앞바다에 만든 해양투기장 때문에 해류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것. 하지만 시는 투기장이 형성된 것은 1997년이고 2002년 환경영향조사에서도 투기장이 바닷물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투기장이 미미한 영향을 미칠 지는 몰라도 주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시와 북구청은 영일만항을 오히려 의심하고 있다. 영일만항 건설을 위해 용한리 앞바다에 총연장 4.2㎞의 방파제를 만든 뒤부터 북부해수욕장 백사장 모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시기적 일치성과 주변 해류 움직임 또한 방파제를 만든 뒤부터 달라졌다는 게 관련 공무원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시와 구청에서는 "이 역시 추측일 뿐 정확한 원인분석을 위해서는 용역으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