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골맛집을 찾아서 鼎談情論

대구사이버대학 이영세 총장과 '복어세상'

1960, 70년대 미국 유학을 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맞닥뜨렸을 문화적 충격이 있습니다. 캠퍼스 내 자유방임과 성(性)의 해방이 그것입니다. 서구 학생운동과 히피문화의 잔재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방종에 가까운 자유로움 속에 무거운 책임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공짜는 없는 거죠. 놀던 공부하던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며, 대신 학위를 따려면 그에 합당한 노력과 집중 없이는 불가능한 겁니다. 무책임한 자유와 노력 없는 성과가 용납되지 않는 시스템이 미국 대학의 힘 인거지요.

1972년부터 6년 간 미국 펜실베니아 사립대학서 경제학을 전공한 대구사이버대학 이영세 총장(59)을 만나 유학시절 에피소드와 '먹을거리 경제학'에 대해 들어봅니다.

이영세 총장은 외국손님이나 귀빈접대 때 '복어세상'을 자주 찾곤 한다.

"음식점이 대박을 터뜨릴 것인지 파리만 날릴 것인지는 메뉴의 차별화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인들도 호평한 이 곳 황복양념버섯구이는 국물이 진하면서 맛이 담백하고 부담이 없더라는 것.

"여러 도시를 다니며 복어요리를 먹어봤지만 여느 곳과 다른 독특한 맛과 깔끔한 상차림이 돋보입니다." 경제학자로서 볼 때 차별화와 저비용을 통해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최근의 블루오션(Blue Ocean)전략과도 부합된다고 그는 평가했다.

개인적으로 차별화와 경쟁력에 관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유학시절 학과장이었던 로버트 서머즈(로렌스 서머즈 전 하버드대학 총장의 부친)교수가 초청했던 입학 축하연.

"이례적인 생맥주 파티로 기억하는 데 서머즈 교수의 집 내부 인테리어가 온통 경제학 공식들로 도배된 것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심지어 베개에도 경제학 공식이 적혀 있었다. 말하고 생각하고 연구하는 삶 자체가 바로 경제학 일변도였다. 이 때의 충격이 이 총장으로 하여금 더욱 경제학을 연구에 매진하게 했다.

"처음엔 밥해먹기가 어려웠죠. 전기밥솥도 없던 때라 동료 유학생 부인에게 취사법을 배워 끼니를 해결했는데 얼마 뒤엔 혼자서 육개장, 곰탕, 삼계탕까지 척척 요리할 줄 알게 됐습니다."

이런 조리감각으로 요즘 이 총장이 사석에서 즐겨 만들어 마시는 술이 일명 땡초소주다.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소주에 탄 이 술은 매운 맛이 나지만 소화를 돕고 마신 뒤 숙취도 훨씬 적다. 고추의 매운 성분이 소화를 돕는다는 친구(의사)의 말을 듣고 이 총장이 시험 삼아 만들어 본 술이다. 경제학자답게 작은 아이디어로 술의 효용가치를 높인 소주의 블루오션 전략이자 시너지 효과의 창출인 셈이다.

이 같은 경제적 응용법은 이 총장의 대구사이버대학 운영에서도 발군의 결과로 나타났다.경쟁력과 브랜드 네임의 가치성 제고, 특성화 사업, 유명 강사진 영입 등을 통해 대구사이버대학은 설립 4년 만에 전신인 새길디지털대학 때보다 학생수에서 약 26배의 신장을 가져왔고 전국 17개 사이버대학 중 중상위권을 차지하게 됐다.

대구토박이인 이 총장은 어릴 적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면서 가마솥을 걸고 어머니가 끓여주던 추어탕을 추억의 맛으로 간직하며 지금도 추어탕을 즐긴다.

◇복어세상

경산시 진량읍 신상리 진량공단 입구의 외환은행 네거리에서 우회전, 첫 신호등에서 좌회전 하면 나타나는 '복어세상'은 이름 그대로 복어요리 전문점이다.

황복을 주재료로 한 황복양념버섯구이를 비롯해 생밀복탕, 은복탕, 복어찜, 복 불고기 등이 주요 메뉴들이다.

특히 이 집의 대표메뉴인 황복양념버섯구이는 샤브와 구이를 한꺼번에 응용한 조리법으로 다른 복어 집의 여느 복요리와는 맛에서 차별성을 두고 있다. 잘 조리된 복어를 불판에서 한 번 구워 기름기가 쏙 빠진 복어 살을 명이나물과 취나물에 싸먹거나 묵은 지에 돌돌 말아 먹으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웰빙푸드로 인기가 높다.

문의:053)856-9767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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