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기록된 노아의 방주로부터 시작해서 페니키아의 상선, 콜럼버스의 탐험, 마젤란의 세계일주 등 역사의 순간순간마다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것은 배였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나 이를 격파한 영국의 함대는 강력한 해양력을 바탕으로 지구의 곳곳에 진출해 식민지를 건설했다. 대영제국의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의 완성은 해양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서양에서뿐만이 아니다. 마젤란보다 더 이른 시기에 세계를 항해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국 명나라의 함대 최고 사령관 정화도 역사상 최대의 범선 함대를 이끌고 세계를 누볐다. 해상왕 장보고도 당나라로 가는 바닷길을 장악해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목선에서 철선으로 범선에서 동력선으로 그 형태와 성격을 변화시켜 온 배는 비행기가 발달한 오늘날에도 중요한 운송수단이자 교통수단으로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주장한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더해 제4의 물결로 '해양혁명'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지표면 70%가량을 덮고 있는 거대한 존재인 바다는 식량과 자원 획득 면에서 인류의 미래를 쥐고 있는 핵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요트 마니아인 지은이는 "우리는 바다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바다는 낭만과 모험에 대한 은유이며,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인다.
지은이가 여러 해에 걸쳐 여러 특수 도서관, 대학교와 각국 대사관을 찾고 전문가들을 만나 도움을 받은 뒤 엄선한 50척의 배 및 그 배와 관련된 인간의 운명을 예로 하여 5천 년 인류 혹은 문명의 역사를 개관한다.
시대와 장소, 민족과 나라에 따라 유형을 달리하는 카타마란선, 커터선, 코게선, 바크선, 클리퍼선, 스쿠너선, 그리고 기선과 다른 선박은 항해사에서 중요한 선박의 유형을 대표하는 것들이다. 역사 속의 인물과 사건의 화보와 선박에 관련된 사실(史實)과 자료, 관련 자료 등을 읽다 보면 인류사에서 선박이 한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50척의 배에 얽힌 사람들의 꿈과 좌절 이야기, 국가들의 흥망, 당시 첨단기술 이야기가 흥미로운 세계사 속에서 펼쳐진다.
독자들이 만나게 될 해양국가 페니키아의 상징 겔리도니아선, 탐험가들의 상가브리엘호·산타마리아호·빅토리아호, 현대 사회의 환경과 인권의 상징 엑슨 발데스호·아나무르호 등은 역사의 흐름과 인류의 세계관을 변화시킨 상징이다. 바다와 배에 관심이 있던 독자들에게 더 좋은 것은 범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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