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나에게는 그리움의 날

내게 있어 어버이날은 그리움의 날이다.

나는 4남매 중 외동딸로 태어났다. 그런데도 부모님께 살가운 딸이 되어 드리지 못했다.

부모님은 죽자사자 농사일만 하셨고, 일찍부터 객지생활을 시작한 나는 내 한몸도 겨우 가누었었다.

애틋한 정을 나눌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는, 시댁일에 치여 본의 아니게 친정엔 좀 소홀하게 되었다.

작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 만64세, 한창 재미나게 사셔야 할 아까운 나이에 떠나셨다.

작년 어버이날이 엄마에겐 마지막 어버이날이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 몇번의 고비를 맞으면서도 한 달을 넘게 견디신 건, 아들·딸·며느리·사위·손자 다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고 가시려고 그랬을까. 마침 어버이날이 일요일이라서 우리는 다 모였었다. 이미 의식도 없는 상태였지만, 아셨겠지.

그렇게 어버이날이 지나고 9일 새벽에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어버이날은 더욱더 절절한 그리움과 회한에 사무치는 날로 각인되었다.

음력 날짜로 제사를 지내니, 지난주 토요일이 첫 기일이어서 친정에 다녀왔다.

홀로 되신 아버지는, 검은 머리카락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쩍 늙으셨다. 아버지만이라도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불효녀인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아려온다.

정선희(대구시 북구 국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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