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과정의 폭력시위 가담자를 최대 100명까지 구속키로 하는 등 엄단 방침을 밝힌 것은 갈수록 무력해지는 공권력을 수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군기지 이전이 무작정 지연될 경우 예상되는 외교안보 차질과 국방력 훼손을 미연에 막아야 한다는 계산도 초강경 대응 배경에 깔려 있다.
법질서 유린 행위에 단호히 맞서겠다는 검찰의 각오는 참여정부 이후 이뤄진 각종 공안사건 처리 수준과 비교할 때 더욱 뚜렷해진다.
검찰은 지난해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사태 때 40여명을 구속했고 2004년 전국공무원노조 파업 때는 10명 안팎을 구속했다. 2003년 5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는 139명을 검거해 9명만 구속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2년 10월 북파공작원들의 여의도 시위로 22명이 구속됐고 그 해 2월 발전노조 파업 때는 17명이 구속되는 등 공안사건 구속자는 과거 군사정권은 물론, 문민정부 시절에 비해서도 훨씬 적었다.
검찰은 공안사건과 관련해 이처럼 약 10년간 유지해온 '유화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평택사태'가 갖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으로 읽혀진다.
정부는 미국과 수년에 걸친 협상 끝에 미군기지를 2008년 12월까지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외교와 국방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용산 기지와 미 2사단의 평택 이전 뿐 아니라 다른 미군 기지 반환 계획도 늦어져 정부가 추진해온 외교·안보의 마스터플랜 구체화가 어려워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군 당국은 전략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이 비전을 구체화해가면서 발전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택 기지 이전 문제로 미군 재배치 계획이 애로를 겪으면서 한·미 동맹이 약화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우려 때문에 정부는 이달 4일 평택 부지에 대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심한 저항이 발생해 추가적인 대규모 유혈충돌이 예상됐음에도 평택기지 이전 계획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한명숙 총리 주재로 5일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고 청와대도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로 정무점검회의를 열어 차질없는 사업 추진 대책을 논의한 끝에 정부로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검찰이 6일 밝힌 '평택 폭력시위 엄단 방침'에는 정부의 이런 강경 기류가 잘 반영됐다.
검찰이 "정부는 국회 비준 및 특별법 제정을 통해 주한 미군기지 평택 이전을 원만하게 추진해왔고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로 합리적인 보상을 해왔다"며 미군 기지 이전 사업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지역 주민들이 낸 헌법소원이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고 대추분교 행정대집행에 대한 강제철거정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서 기각돼 사업 추진의 법적 타당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점도 검찰 강경론의 명분을 높여줬다.
검찰이 최근 수년간 보여온 수세적인 태도에서 급선회해 이번에 강경카드를 빼든 이유는 폭력시위 가담자 분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람 중에 지역 주민은 한명도 없다"며 '평택폭력 사태'의 원인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내세우며 미군기지 이전 자체를 반대하는 외부 단체들이 제공했다고 지목했다.
검찰이 그간 대규모 사법처리를 자제하며 평화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해왔는데도 기지 이전 반대 단체들이 철조망을 뜯고 군사보호시설에 들어가 비무장 군인과 충돌한 것은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자체 진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 사태는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정면도전이라고 보고 불법행위 직접 가담자를 구속수사할 뿐 아니라 배후조종 세력으로 지목한 평택 범대위 간부급 핵심 주동자 10여명을 반드시 검거해 사법처리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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